The Sea, The Sea 2

me/literature 2011.10.08 14:23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6
The Sea, The Sea 2 by Iris Murdoch



결국은 작은 집착에 매달려 몇십페이지를 고민했던 그.
하틀리는 결국 그에게 결코 머물지 않았을 한낱 회오리같은 존재였지만 거기에 너무나 큰 존재를 부여하려던 것이 잘못이었다.
어디에나 언제나 그녀같은 이들이 있다.
그들이 결국 순수를 찾는 어리석은 자들을 상처입히는 존재들이고, 항상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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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잔 마셔도 되겠지요? 술을 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술은 타락의 상징이고, 사람이 노예라는 증거예요.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또 다른 노예가 된다는 뜻이지요. 생각해 보면 진짜 어리석고 미친 짓이에요. 인간이 또 하나의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것은 옳지 않아요. 다행히 나는 그 올가미에서 벗어났지만요. 진정한 사랑은 자유롭고 건전해요. 집착이나 연애 감정으로부터 사람이 벗어날 수 있을까요? 리지와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곤 했어요. 진정한 사랑은 신비스러운 매력이 없어진 결혼 생활과 같은 거예요. 혹은 나이를 더 먹으면, 사랑이란 내가 당신한테 느끼는 사랑 같은 거예요. ..." -18p

...잠옷을 빌려 주었으나 그녀는 자기 옷을 입은 채로 누워서 마치 시체처럼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잠이 든 것 같았다. 오랫동안 불행해 온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망각으로부터의 급한 도피였다. -77p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난 곧 죽을 것만 같아. 가끔 잠들 때 죽기를 원하면 죽을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항상 다시 깨어났어. 매일 아침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지옥이야."
"그럼 지옥에서 나와! 문은 열려 있고 내가 붙잡고 있어!"
"그럴 수가 없어. 나 자신이 지옥인걸." -96p 불행한 상황에 나약하게 적응해 버려서 그것을 깨뜨리고 나올 수조차 없는 나약한, 나약한 그녀를 보라...

"우리는 어린애였어. 넌 내 진정한 삶의 일부가 되지 못했어."
"네 진정한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 왜 지상의 지옥처럼 보이는지 모르겠군! 제기랄! 너 자신이 그렇게 말했어. 행복한 여인은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법이야." -111p

...아름답고, 순진하고, 티없고, 어리석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는, 허영심 많고 이기적인 남자들과 시건방지고 잘난 척하는 여자들 사이에서 일생을 살아온 나에게는 책망과 같았다. 나는 그녀의 죄의식을 실질적인 실패에 대한 실질적인 죄의식으로 간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불합리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상대의 노예가 되며 도덕적 우위를 차지할 수가 없다고 한 페러그린의 말을 기억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소한 과오는 물론 그의 죄까지 자신이 짊어지고 있었다. 그가 그녀와 타이터스에게 지은 죄에 대하여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죄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나서 죄인을 우러러 받들고 그를 거룩하다고 여겼다. 아, 만이르 내가 해롭고도 무용지물인 죄의식과, 남편을 향한 허황된 존경으로부터 그녀를 해방시켜 줄 수만 있다면! 그녀는 나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내가 그녀를 미워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고 했다! 그녀는 주문에 걸렸으며, 자기 방어의 마술에 걸렸다. -112p

나는 혼란스럽고, 화가 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사촌은 항상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가 집에 있으면 모든 것이 변한다. 주전자까지도. 그가 여기 있는 한 나는 내 생활을 계속 꾸려 갈 수가 없다. 나는 제임스를 여기 있게 할 수도 없고, 그를 다룰 수도 없다. -141p

지금 느끼는 건데 바다여 바다여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아름답고 을씨년스러운 절벽이 있는 시골 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한...

...또한 샌들을 신어서 마르고 하얀 발이 드러났다. 그의 길쭉하고 앙상한 발가락은 물건을 잡기에 적당하게 생겨서 어릴 적 내 시선을 종종 사로잡았다. ("제임스의 발은 손 같아요."라고 어머니에게 말한 적이 있다. 마치 그의 비밀스러운 기형을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156p 피식.

"그녀의 결혼이 행복하지는 못했을망정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은 사실이야. 찰스 형, 형은 행복에 대하여 너무나 집착해. 그것은 꼭 그렇게 중요한 것만은 아니야." -162p Oh I'll remember that.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는 거야. 그녀가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사랑은 '근거'나 '귀납적 추론'에 의지하지 않아. 사랑은 그냥 아는 거야. ..." -165p

...어느 한 순간 나는 이것이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모두. 그런데 그녀는 나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나는 플라스틱 가방에 그녀의 화장품과 내가 그녀에게 주었단 흰 줄이 있는 얼룩덜룩한 분홍빛 돌을 넣었다. -174p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서 내가 바보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또한 그렇게 어리석은 일과 연관되어 내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였을까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였다. -186p

"미안해. 하지만 이 시점에서 심각하게 따져 봐. 그녀가 수녀였을 때 그녀에 대한 형의 사랑은 어떤 충격으로 가사 상태가 되었어.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난 충격이 그녀에 대한 옛날의 감정을 부활시킨 거야. 이것은 정신적인 숨바꼭질이어서 나름대로의 필연성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형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 물론 당장 그 감정을 극복하기는 어렵지. 그러나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면 모든 것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고, 다시 느끼고, 잊어버릴 거야. 이런 감정은 영원한 게 아니야.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아. 우리에게 영원은 환상일 뿐이지. 그것은 동화에나 있는 일이야. 시계가 12시를 치면 모든 것은 산산히 부서져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러고 나면 그녀로부터 자유로워진 형을 보게 될 거야. 그녀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지고, 그때가 되면 가엾은 유령을 놓아줄 수 있어. 남는 것은 일상의 의무와 일상의 관심거리지.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를 느낄 거야. 현재 형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고, 최면에 걸려 있는 거야." -190p 어릴때 한번쯤은 이런 생각에 반발을 가지지..그리고 그렇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거야. 빠를 수록 좋지. 인간은 자유롭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속박되기를 원해서 오히려 스스로 더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건 영원하지 않으니까-제임스가 말하듯이, 그러니까 한마디로 덧 없는 거야. 이루어지지 않은 걸 바란다고 그것이 구원을 해주지는 않는다.

"네 이론은 매우 현명하지만 공허해. 사랑은 그런 시시한 심리학을 어리석게 만들어 버리지. 넌 사랑이 참고 인내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 인내가 사랑의 기적과 같은 본질에 속하는 거야. 아마 넌 아무도 그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지." ...나는 내 어색한 말을 무마하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넌 과거는 비현실적이고 유령으로 가득 찼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게는 과거가 무엇보다도 가장 현실적이며, 과거에 대한 충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야. 이것은 옛날 애인에 대한 감상이 아니야. 이것은 삶의 원리이며, 계획이야."
"시도해 봤으면서도 아직까지 그 신념을 믿어? 그녀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고 집에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고서도?" -190p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강박관념의 한 종류이다. 강박관념은 마음이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굴러가지 못하게 마비시킨다. 자연스럽고 열려 있고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 넘치는, 존재의 어떤 상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의가 바로 합리성이다. 나는 내가 전적으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고민스러운 생각들을 계속할 수밖에 없으며, 환상과 의지라는 동일한 쳇바퀴 안에서 계속해서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정신이 말짱했다. 그러나 나는 이 기계적인 동작을 멈출 만큼 제정신인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벤을 죽이고 싶었다. -249p

...벤은 천성이 난폭한 사람이고, 파괴자이고, 살인자였다. 바꿔치기된 내 아이와 나를 얼마나 미워했을까? 주범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웃고 있는 한, 아내와 그 소년을 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순수한 증오는 광기의 당당한 형태다. 여러 해 동안 벤은 수없이 자기의 상상 속에서 나를 죽였을 것이다. -251p

책 전반에 펼쳐지는 이 화자의 비판적인, 아니꼬운 세상에 대한 시각이라니. 거기에 제임스의 부질없는 것을 통달한 통찰력이 더해져, 어쩌면 스토리 자체는 시시한 옛 사랑을 찾는 것일지 모르나 거기에 붙어진 살, 작은 사건 하나하나를 보는 시각, 의견, 코멘트같은 것들이 책에 성격을 부여한다.

가시금작화, 히스, 분홍바늘꽃, 야생 취어초...
야생 취어초, 수령초, 분홍바늘꽃, 연자주색 당아욱...

...리지는 나와 걸으면서 타이터스 때문에 실컷 울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가끔 울지만 이제는 더 자제하여 남몰래 속으로 운다. 슬픔 속에서도 어떤 속셈을 가지고 나를 꽉 잡는 그녀의 손가락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리지는 마지막까지 그녀가 할 수 있다면 누구를 위해서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죽어 넘어졌다 해도 그녀는 곧 다른 사람의 팔에 안겨 울 것이다. 이런 말은 무정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리지에게만 국한된 그런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266p

타이터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너무나 크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왜 한 번도 바다에 대한 위험을 경고해 주지 않았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 허세 때문이었다. -267p

"우리는 사귀지 않았어. La jalousie nait avec l'amour......."
"그건 사실이야."
"질투는 사랑과 함께 생기지만 사랑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275p

"너에게 실망했다." 내가 제임스에게 말했다. "난 네가 비겁하거나 불충실한 짓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 네 스스로 이렇게 지저분한 문제에 얽히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어. 이것은 일종의 평범한, 교활한 인간의 어리석음이야. 나는 네가 그런 어리석음에 빠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넌 그 결과의 중대함을 상상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했어. 그리고 그 결과의 한 가지는 내가 너를 믿지 않는다는 것, 아니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야." -280p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어리석게 굴지 말라고. 일이 그렇게 된 것은 우연이었고, 용서할 수 있는 거야. 질투 때문에 미치지 마." -283p

아 그는 허물없었지. 체구도 작았고, 나약했고, 비열했고, 착각을 해댔어. 겁을 먹었고..

...그러나 나는 그 지긋지긋한 일을 더욱더 나쁘게 만들어 그것이 치명적이 되기를 원했다. 마치 하틀리가 내가 그녀를 미워할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던 것처럼. 나는 결코 내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기 위해 그들을 함께 보냈다. -285p

물론 술에 취해 종잡을 수 없이 생각한 것이긴 했다. 그러나 그들이 타이터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냉정한 안도감과 체념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다는 옳았다. 그렇게 타이터스의 죽음이 기묘하게 그들의 생활에 스며드는 것을 보면서 나 자신도 몰래 후회와 죄의식을 이우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우리를 불구로 만든 그 운명을 정당화해야면 하는 것처럼 어떤 설명을 붙여서라도 할 수만 있따면 죽음과 상실의 공포를 가능한 빨리 덮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312p

"페러그린이 당신을 살해하려고 한 거야." ......"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은 너무나 멋졌어. 어쨋든 당신은 죽어 마땅했어. 다른 일은 몰라도 우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 "아, 걱정 마, 우리는 너무 즐거워서 당신 죄목 같은 건 만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페러그린이 당신을 그 구덩이에 밀어 넣은 것은 너무나 정정당당하고 멋진 일이야. 난 항상 그가 당신을 용서한 것이 싫었거든. 당신이 익사했다면 더욱 심미적이었을 텐데." -319p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매우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다. 병을 앓고 난 뒤에 하루 더 쉬었어야 했다. 그 많은 사과주를 다 마시지 말아야 했다. 아니면 리지와 길버트가 내 기운을 빼앗아 그들의 생명력에, 즉 세상을 바꾸고 살아남을 수 있는 그들의 능력에다 모두  집어넣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의 일부를 가져다가 그들의 목적에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내 본체를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p350p

질투의 고통보다 더 심하고 무익한 정신적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후회일 것이다. 상실의 고통도 그보다는 덜 아플 것이다. 그리고 흔히 이런 고통들은 지금 내가 그러듯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내가 말한 후회는 회개가 아니다. 내가 순수한 형태의 회개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마 회개는 순수한 형태가 없는지도 모른다. 후회에는 죄의식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절망적인 죄의식이며, 고통을 낫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357p

역사, 그 후의 이야기 ㅡ 인생은 계속된다.
제임스가 항상 인용하던 시는 한 구절뿐이다. 그는 이 구절을 자주 인용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맥심 총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갖고 있지 않다! -399p

아무리 따져 봐도 잘못은 나한테 있다. 내가 내 악마들을, 질투의 바다 뱀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어떻든지 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다.'라고 말할 수 있덨던 나의 용감한 믿음은 힘을 잃고 사라졌다. 모든 것은 하찮은 것으로, 이기적인 무관심으로 퇴색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듯이 나도 그녀를 조용히 멸시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도 가끔 우리는 남몰래 멸시한다. 토비와 내가 제임스를 멸시하듯이 놀랄 만큼 꼭 필요한, 우리 자아의 건강한 식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남을 멸시한다. 그러나 물론 고통은 남는다. 그리고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이 울릴 때 침을 흘리도록 되어 있는 인간들이다. 이 순순한 조건 반사는 우리의 가장 특징적인 숙명이다. 무엇이든지 연상으로 변색시킬 수 있고, 연상이 충분하다면 온 세상을 까맣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개가 짖는 것을 들을 때마다 마지막에 보았던 하틀리의 얼굴을 다시 떠올린다. 괴로워서 주름을 잔뜩 지었다가 다시 이상할 정도로 변하던 생기 없는 얼굴이다. 마치 바그너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죽어 가던 클레멘트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던 모습이 떠오르듯이. 지옥이나 연옥에서는 다른 고통을 더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다. -415p

...나와 페러그린의 경우에서 배웠듯이 사람은 흔히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비난을 받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낀다! 상상했던 비난을 철회하자 하틀리는 처음에 감사와 애정을 느꼈다. 그러나 죄의식과 그것이 우리 관계에 불어넣은 폭발적인 격렬함이 약해지자, 더 깊이 묻어 두었던, 나를 향한 감정의 실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423p 꼭  그럴까? 죄의식은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또한 비난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나는 하틀리에 대하여 리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중요한 말은 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은 마치 비집어 열어 놓은 것처럼 편안했다. 나는 하틀리를 '몽상가'라고 비난했다. 몽상가라는 단어는 타이터스가 썼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인이 얼마나 엄청난 몽상가였던가! 나는 꿈꾸는 사람이었으며, 마술사였다. 돌이켜 보면 나는 현실의 모든 것을 꿈으로 해석했고, 자신의 꿈이라는 책을 읽으며 얼마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사랑은 현실 세계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던 하틀리가 옳았다. 이것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놀라운 것은 어떤 지점에서부터 나는 자신을 보호하고 사실을 무마하기 위하여 교묘하게 그녀를 거짓말쟁이로 여겼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애착의 짐으로부터 나 자신을 풀어 주기 위하여 나는 자기 보호적인 인간의 자아가 지닌 특징인, 반쯤 의식적인 교활함으로 그녀를 가련하고 신경질적인 사나운 여자로 보았다. 그리고 일종의 정신적 동정이라고 상상하려고 애쓰던 이 타락한 동정은 나의 도피의 중간 간이역이었다. 나는 어둡고 유리창 없는 방에 갇힌 희생가자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직도 악몽에서 그 모습을 보곤 한다. 내 사랑의 상상력은 진짜 하틀리를 포기하고, 무조건 '모든 것을 수용하는' 높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것이 탈출구였다.
대화 중에 리지가 말했다. "물론 결혼 생활은 겉에서 보기에는 형편없다고 해도 실제로는 완전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 정말 그렇다. 그러나 나에게는 증가가 있지 않았나? -426p

작품 해설
순수한 영적인 힘도 인간의 허영 앞에서는 연극의 마술적 힘이나 환상과 같은 일종의 속임수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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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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