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by Heinrich Böll



언제 샀는데 이제 읽는지.
읽겠다고 결심하고 다른 책을 손에 잡은 지도 수 번, 읽겠다고 앞 몇 페이지 보다가 바로 다른책으로 옮겨간 것도 한두 번.
그런데 너무 재밌다.
마치 로앤오더를 보는것같은 딱딱한 설명투란.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요즘도 다를 게 뭔가? 언어도 폭력이 될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터인데,
진실을 왜곡하고 돌려 맞추면서 자신의 명예와 고귀함을 한없이 깎으면서 관심과 돈만을 좇는 요즘의 기사들은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나 할까?
"중용"이다. 그런 사탕발린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믿음 혹은 정말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데,
요즘 우리들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흔히 대세, 유행들은 그런 이성을 흐리는, 틀림없는, 폭력 중 하나라고 본다.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우연찮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

**가장 재미있게 본 41장. 과연 누가 도청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재미있고 망상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정말 "재밌게" 본 부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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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그들을 <<차이퉁>>의 한 여기자가 찾아냈는데, 그곳에서 고대문헌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히페르츠는 - "모든 관계에서 과격한 한 사람이 우리를 감쪽같이 속였군요."라고 했다."
(블로르나가 나중에 히페르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맹세했다. "카타리나가 과격하다면, 그녀는 과격하리만치 협조적이고 계획적이며 지적입니다. -내가 그녀를 잘못 보았나 보군요, 그런데 난 40년간 경험을 쌓은 교육자요. 사람을 잘못 보는 일은 거의 없는데요.")
...마지막으로 정원 풀장에 있는 블로르나와 투르데를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 아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한때 '빨갱이 투르데'로 알려졌던 이 여자와 이따금 '좌파'로 통하는 그녀의 남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잇는가. 호화 빌라의 수영장 앞에서 부인 투르데와 함께 포즈를 취한, 고소득의 산업체 변호사 블로르나 박사." -45p

39장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알로이스 슈트로입레더가 트루데 블로르나를 성적으로 유혹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시시덕거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그리고 그녀가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그가 자기 자신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은 그렇지 않으며, 아무튼 그녀에게는 전혀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들 둘 사이에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92p

41장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마지막에는 양귀비 씨를 뿌린 계란 케이크에 대한 한동안 설왕설래하고, 이런 대화 전체가 납세자가 지불하는 세금으로 녹음기에 녹음된다! 물론 이런 대화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의 암호가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계란 케이크가 수류탄 같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지, 혹은 딸기와 함께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폭타을 의미히지는 않는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녹음 기사는 어쩌면 이들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고, 그런데 그런 걱정거리라면 자신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의 걱정거리는 아마 딸이 가출했다거나 아들이 마약 중독에 빠졌다거나 아니면 집세가 또다시 올랐다거나 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 ㅡ 이 녹음 작업 ㅡ 이 그저 뤼딩을 겨냥한 폭발물 위협이 한 번 거론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 순진한 공무원 혹은 직원은 마침내 처음으로 양귀비 씨를 뿌린 계란 케이크가 무엇인지 듣게 된다. 그에게는 계란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주요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 국가에 살고 있고 자유로이 그리고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권리가 있고, 당연히 전화상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이유로 혹시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점잖거나 심지어 도덕적으로 매우 엄격한 어떤 사람의 귀에 모든 이야기가 윙윙거리며 전달되거나 녹음기로부터 흘러 들어가게 해도 좋은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가? 정신과 상담은 보장되어 있는가? 공공 서비스, 운송과 교통 분야의 노동조합은 그런 점에 대해 뭐라고 하는가? 사람들은 기업가, 무정부주의자, 은행장, 은행 강도와 은행 직원들을 신경 써 돌본다. 그렇지만 우리의 국립 녹음기 부대는 누가 걱정해 주는가? 교회는 이에 대해 아무 할 말이 없는가? 풀다 시의 주교회나 독일 가톨릭 중앙위원회는 이제 어떤 대책도 내놓을 수 없는가? 왜 교황은 침묵하고 있는가? 여기 이 순진한 자의 귀에는 캐러멜 푸딩에서 지나친 포르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럽다는 것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젊은이들에게 공무원의 삶을 걷도록 권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면 그들은 누구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가? 전화 윤리 위반자들에게 인계된다. 여기에 마침내 교회와 노동조합이 함께 일할 수 잇는 영역이 있다. 그래도 최소한 도청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계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녹음기 사용에 관한 교육과 더불어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세울 수 있다. 거기에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105p

49장
이 장면을 상상해 눈앞에 그려 보자. 마흔두 살의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것도 7년 전부터 냉정하고 명확하게 일을 잘 처리하고, 브라질이나 사우디아라비아뿐마나 아니라 북아일랜드에서도 국제적인 업무를 훌륭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뤼딩의 주목과 슈트로입레더의 존경을 받았던 사람이 ㅡ 한마디로 말해, 단순히 한 지역의 명사가 아니라 전적으로 국제적인 인물인, 그런 사람이 화염병을 만들려고 했다니!
블로르나 부인은 재빨리 이런 행동을 즉흥적이고 소시민적이며 낭만적인 무정부주의라고 하면서, 그를 철저하게 논평했다. 마치 아프거나 상처가 난 신체 부위에 대해 말하듯이 말이다. -123P

10년 후 - 하인리히 뵐의 후기
<<차이퉁>>에 헤드라인과 센세이션을 제공하고 다른 신문에까지 '진짜' 이야기를 제공하려 함으로써 그저 자신의 의무ㅜ를 다했을 뿐인, 신문 기자의 이런 끔찍한 '무지', 그렇다, 거의 아무것도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의 무지함이 카타리나로 하여금 권총을 뽑아 들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그녀는 이 <<차이퉁>>이 비열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무지한' 비열함이 그녀를 완전히 파멸시킨 것이 틀림없다. -150P

작품해설 - 김연수
왜 카타리나 블룸이 기자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가, 라는 질문과 더불어 그 이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언론의 횡포와 폭력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아울러 가능한 한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노력하는 화자의 메타내러티브적인 서술 방식 및 경찰서의 심문 과정 중에 블룸이 보여 준 언어에 대한 민감성과 진실한 언어 표현을 찾으려는 자세가 <<차이퉁>>지의 진실을 조작하는 언어 사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적전제로 언어의 신뢰성 회복을 다루고 있다. 사람이 살 만한 나라에서 살 만한 언어 찾기와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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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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