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1.10.26 The Wapshot Chronicle
  2. 2011.10.23 La Jalousie
  3. 2011.10.17 Петербургские Повести
  4. 2011.10.11 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5. 2011.10.08 The Sea, The Sea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2
The Wapshot Chronicle by John Cheever



괴로웠던 질투를 다읽고 드디어 왑샷 가문 연대기!
기대된다.
모종의…연결고리? 모종의…복선? 모종…삽?
글 부분부분에 흩뿌려놓은 존 치버 식의 비꼬기가 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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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이지키얼은 보스턴에 정착해서 라틴 어, 그리스 어, 히브리 어, 플루트를 가르쳤다. 총독부에서 그에게 일자리를 제의했지만, 그는 현명하게도 이를 거절했다. 이로써 300년 후 리앤더와 그 아들들의 운명을 희롱하게 된, 사려 깊은 사절이라는 가문의 전통이 확립되었다. 누군가는 이지키얼이 "가발을 혐오했으며, 영연방의 안녕을 항상 꺼림칙하게 생각했다."고 썼다. 이지키얼은 데이비드, 미카바, 아론을 낳았다...
...데이비드는 로렌조, 존, 야버디아, 스티븐을 낳았다. 스티븐은 앨피어스와 네스토를 낳았다. 영국과의 전쟁에 장교로 참전했던 네스토는 워싱턴 장군이 훈장을 주겠다고 했으나 거절했다. 이지키얼이 확립한 전통과 일치하는 행동이었다. 이 사려 깊은 사절에는 자신에 대한 솔직한 평가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지만, 양키다운 약삭빠름도 일조했다. 눈에 띄는 사람이 되는 것, 영웅이 되는 것에는 성가신 경제적 부담이 따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가문의 어느 누구도 영예를 수락하지 않았으며, 가문의 여자들은 자신을 깎아내리는 이 전통을 더욱 더 확대해 외식을 할 때면 음식을 깨작거리기만 했다. 차를 마실 때 샌드위치를 거절하거나 일요일에 닭고기를 거절하는 것, 아니 무엇이든 거절하는 것이 인격의 특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식탁에서 일어설 때 항상 배가 고팠지만, 항상 목적의식을 새로이 다졌다. 홈그라운드에서는 물론 늑대처럼 음식을 먹어 치웠다. -22p

...벌들과 유행에 뒤떨어진 등들이 사라진 문명의 유적처럼 발치에 널려 있었으며, 공기가 엄청나게 싸했다. 마치 18세기의 어떤 조상이 햇볕 쨍쨍한 해변에서 마데이라 백포도주를 마시고 견과류를 먹으며 세월의 흐름을 생각하다가 그날의 열기와 빛을 병이나 바구니 같은 곳에 담아 이곳 다락에 풀어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활기를 잃어버린 여름의 냄새가 났고, 여름의 빛과 소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 같았다. -24p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서 털 깎는 사람 앞에 모인 엄청난 양 떼처럼 애인들과 함께 북적거렸다. 잘생기고 엄숙하고 키가 큰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우아한 여성들과 가장 훌륭한 집안의 여성들까지 한데 모여 천막 입구 근처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밀쳐 대며 가능한 한 가까운 자리를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 -28p

...공기 중에는 소금 내가 배어 있었다. 동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조금 있으면 이곳은 모종의 목적과 광채와 슬픔을 안게 될 것이다. 부인들은 거리의 집과 느릅나무들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자기 아들들이 멀리 떠나 버릴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은 왜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젊은이들은 왜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40p (how romantic!)

...그녀의 애인은 위스키를 마시고 종이컵을 손으로 구겼다. 왼쪽의 남녀 한 쌍은 가려고 일어섰다. 그들이 가고 나자 그가 다시 물었다. 지금? 지금? 그녀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에. 그녀는 사랑의 힘에서 고독의 힘을 떼어 놓으려고 애쓰느라 지쳐 있었다. 그녀는 고독했다. 그녀는 고독했고, 바닷가에서 물러나는 햇빛과 다가오는 밤 때문에 예민해져서 겁이 났다. 그녀는 마음속 방들 중 적어도 한 곳에 절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물끄러미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마른 얼굴에 색욕이 걱정처럼 내려앉았다. -47p (아, 이 단호한 필체, 너무 맘에 든다)

...우리는 버스와 기차에서, 부엌과 식당에서 할머니들이 피부가 썩어 들어가면서 생긴 상처에 대해 너무나 슬프고 음악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해 봐도 결국은 육체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느낀 당혹감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오노라는 굳이 의학 용어를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타협책을 만들어 냈다. 문제의 단어를 첫음절만 발음하고 나머지는 중얼중얼 얼버무리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자궁 절제 수술은 자궁중얼중얼이 되었고, 화농은 화중얼중얼이 되었으며, 고환은 고중얼중얼이 되었다. -62p

...모든 것이 죽어 있었다. 죽은 이파리, 죽은 나뭇가지, 죽은 양치류, 죽은 풀. 숲의 모든 것이 죽어서 역한 냄새와 곰팡내를 풍기며 길 위에 두껍게 쌓여 있었다. -95p

...그녀(오노라)는 마침내 웨스트 농장으로 가서 그 집에 새로 온 낯선 여자를 만나 보기로 했다. 그녀 빗속을 뚫고 빗속을 가로질러 보트 거리에서 리버 거리로 가서 옆문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이봐, 이봐, 아무도 없어?"  아무 대답이 없었다.  집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 낯선 아가씨가 남는 방에 있는지 보려고 계단을 올라갔다. 서둘러 정리한 침대, 여기저기 의자에 흩어진 옷, 꽁초가 가득 찬 재떨이를 보고 그녀는 불쾌하고 수상쩍은 생각이 들어서 벽장문을 열어 보았다. 그래서 모지스와 로절리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을 때 그녀는 벽장ㅊ 안에 있었다. 모지스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둘 다 기분 좋은 일인데 그게 뭐가 나빠요?"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올 때 오노라는 벽장 문을 닫았다.
  그 다음에 오노라가 들은 소리(그녀는 많은 소리를 들었다.)는 지금 우리와 관계가 없다. 이건 냉정한 소리가 아니다. 우리는 폴리네시아에서 태어나 미스윌버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자선 사업을 하는 노부인이 순전히 진실을 찾으려다가 비 오는 오후에 좁은 벽장에 갇혀서 느낀 딜레마만 고려할 것이다.
  그날 오노라가 그 집을 떠나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19p

2부
겉으로는 순수해 보이는 풍경. 웨스트 농장을 생각했다. 즐거운 여름날의 기억! 아버지를 생각했다. 돈이 없어서 삶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어졌다. 평생의 교훈은 '돈을 벌어라.'인 것 같았다. 직옥의 불도 욕망만큼 강렬하게 타오르지 않는다. 가난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 누가 도둑인가? 가난한 사람. 누가 주정뱅이인가? 그것도 가난한 사람. 차든 거리에서 딸들이 낯선 사람에게 다리를 벌리게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가난한 사람. 아들이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가난한 사람. -224p

수염패랭이, 레몬백함. 협죽초와 앵초.

...강 위 언덕의 가족묘지. 물, 산, 들판 덕분에 처음으로 감각이 돌아왔다.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 낡은 집 지붕이 멀리 보였다. 쥐, 다람쥐, 호저 들이 사는 곳. 아이들에게는 귀신 나오는 집. 기도 중간에 바람이 약해졌다. 멀리서 전기처럼 찌릿찌릿한 비 냄새가 났다. 나뭇잎들 사이에서 나는 소리. 그루터기, 수명이 짧다고 프리스비 신부가 말한다. 그는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비가 더 말을 잘하고, 기운을 복돋워 주고, 자비롭다. 사람 귀에 닿는 가장 오래된 소리. -234p

...낯선 대도시에서 맺어진 이 비공식적인 결혼 또는 결합 덕분에 코벌리는 몹시 행복했다. 그녀는 사랑받는 쪽이었고, 그는 사랑하는 쪽이었다. 이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었으며 이것이 코벌리의 기질에도 잘 맞아서 그는 뭔가를 열심히 추구하는 사람처럼 활기차게 그녀에게 구애했고,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에도 생기가 돌았다. 그녀는 친구를 찾으려고 끈질기게 노력했지만 실망을 맛보았고, 코벌리는 그 실망감과 분노를 없애줄 수 있었다. ... 그는 그녀가 무방비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 뛰어난 인간적 감성과 애처로운 방랑자 기질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 스스로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연인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면서도 그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다. ... 늦겨울에 코벌리는 그녀에게 청혼했다. 벳시의 반응은 산만했지만, 그래도 눈물을 글썽이며 예쁘게 굴었다. -248p

리앤더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젊었을 떄도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곤봉으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던 기억이 났다. 그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했다. 로렌조는 일기장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악마를 만나거든 놈을 둘로 가르고 그 사이로 지나가야 한다고. 오노라의 행동이 딱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게처럼 신중하게 삶을 살아온 것이 혹시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무절제, 마음의 평화처럼 우리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면전에 들이미는 것들을 피해 옆걸음질하다가 그녀가 활기찬 노년의 수수께끼를 밝혀 낸 것 같기도 했다. -303p

3부
사람은 단순하지 않다. 사랑이라는 도깨비가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 -395p

4부
...그런데 비가 내리기 전, 이 낡은 집이 이미 사라져 버리거나 흉내 내야 할 생활 양식이 아니라 웃음처럼 따뜻하고 덧없는 삶의 이상처럼 보였다. 그가 삶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어떤 것처럼.
  리앤더는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뒤에 코벌리는 아론의 셰익스피어 책을 펼쳤다가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주는 충고."라고 써 놓은 쪽지를 발견했따. 그 내용은 이러했다.
"건조한 지역이나 나라의 경계선을 넘어갈 떄는 절대 위시키를 보온병에 넣지 마라. 고무 때문에 맛이 변할 것이다. 절대 바지를 입은 채 사랑을 나누지 마라. 위스키에 맥주를 타는 건 아주 위험하다. 맥주에 위스키를 타는 건 전혀 겁낼 필요 없다. 위스키를 마실 떄는 사과, 배, 복숭아 등을 절대 먹지 마라. 프랑스 식으로 오랫동안 만찬을 즐기면서 맨 마지막으로 과일을 먹을 때만 빼고. 다른 음식들이 진정 효과를 내니까. 달빛을 받으며 잠들지 마라. 과학자들 말로는 그것이 고아기를 불러온다고 말한다. 침대가 창가에 놓여 있다면, 맑은 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블라인드를 내려라. 시가는 손가락과 직각으로 들지 마라. 촌스럽다. 시가는 대각선으로 들어라. ...공포는 녹슨 칼날 같은 맛이 난다. 그것을 절대 집 안에 들여놓지 마라. 용기에서는 피 맛이 난다. 꼿꼿하게 서라. 세상에 감탄해라. 부드러운 여자의 사랑을 즐겨라. ..." -461p

작품해설 - 일상성의 미학
"소설이란 예술이며, 예술은 혼돈에 대한 승리" - 치버

"문학은 저주받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다. 문학은 연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안내해 준다. 또한 절망을 몰아내고 어쩌면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을을 써야 할 필연성은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자신의 유용성을 찾아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치버

치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가 장밋빛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중간쯤 이르러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이 무렵 치버는 자신의 문학에 대해 동료 작가 허버트 골드에게 "무너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 ......오늘날 강력한 삶의 부조리성 떄문에 나는 전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갑자기 부조리해진 세계의 의미를 깨닫기 위하여 치버는 단편소설에서 장편소설로 눈을 돌렸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이번에는 좀더 형이상학적인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즉 치버는 이 작품에서 때로는 이중적 인간성을 다루기도 하고, 때로는 선과 악의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근엄하고 품위있는 사회적 가면 뒤에는 내적 부패나 타락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삶의 겉모습과 실제 모습,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건너지 못할 심연이 가로놓여 잇었다. 이 작품에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모순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한편 모지스와 코벌리 사이의 갈등과 긴장은 상징적으로 선과 악의 대립을 보여 주기도 한다. 물론 치버는 선과 악을 뚜렷이 대조하거나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을 택하지는 않는다. 이 점과 관련하여 그는 "지혜란 선과 악을 꺠닫는 데 있을 뿐 그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고 못 박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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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Jalousie

me/literature 2011.10.23 22:43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4
La Jalousie by Alain Robbe-Grillet



질투에 눈먼 자의 감정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나열했다고 해서
너무 재밌을 것 같아 읽기 시작했는데 쉽진 않다.

읽는 중보다 읽고 나서 맨 뒤에 작품 해설을 읽고 나서야 좀더 이해가 잘 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두명의 작품 해설중 앞부분 해설자는, 마치 이 작품을 새로운 소설 기법의 창시자처럼 떠받드는 느낌이었는데,
난 잘 모르겠다. 일단은 해설자가 객관성을 잃고 작가를 칭송하는 것도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인지,
개인 블로그 서평도 아닌데 말이다..
또한 도대체 바나나 나무의 정렬 상태를 병적으로 말하는 건 좋지만 그걸 독자에게.. 한문장 한문장 다 읽기를 바라면서 쓴 것인가?
그래, 좋다. 세상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관찰식, 그것도 초 사실적인, 한 틈도 남기지 않고 묘사한 형식은 좀 힘들었다.. 농장들을 묘사하는 부분들은 처음에는 그렇다 쳤지만 갈수록 읽는 것조차 고역이어서,
어쩔 수 없이 띄엄 띄엄 건너 읽어야만 했다는 것..
또한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집요하게 부정하고 묘사만 해대는 화자같은 인물은,
그냥 현실세계였다면 쓰레기 찌질이같은 인간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작가가 투영된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보는 내내 좀이 쑤셔서 정말 얇은 책 치고 빨리 후딱 해치우고 어서 다른 책으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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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Петербургские Повести by Николай Гоголь



1. "러시아의 모든 사실주의 작가는 고골의 외투자락에서 나왔다"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
2. 환상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3.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다
는 것에 혹하여 아주 급박한 마음으로 구입해서 읽기 시작.
도스토예프스키의 필체가 (나에게) 만담가처럼 느껴졌다면
고골은 거의 블랙유머, 머저리들을 묘사하면서 그 이면에서 아주 신랄하게 무언가 부조리함을 꼬는 느낌이다.
캐릭터로 치자면 인생의 베일에서 워딩턴의 삶의 자세같은...?
네이버에서 보니 김연경 교수님이 고골을 소개한 글도 있던데 언제 꼭 읽어봐야겠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037
코를 다 읽고 외투 읽는 중.
너무너무 너무너무, 재밌다..
가끔씩 하인리히 뵐이 카라티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에서 보여준 도청에 관한 이야기, 에서 느꼈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아.. 감격적이다.
이런 소설을 읽고 있다니 너무 행복하고 행운인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

어젯밤 광인일기를 읽었다. 처음엔, 야 이거 완전 제대로네, 이러다가, 주인공이 실제로 파국에 다다르는 후반부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끔찍하고, 뭐랄까, 이건 그가 아무리 정신없이 웃긴 말을 해도 이제 웃기다기 보단 입 양옆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붙잡는 무언가 근육의 움직임을 나도 멈출 수 없었다. 이야기를 다 읽고 뒷부분에 작가의 해설을 읽었는데, 실제로 작가 자신도 말년에 광기에 사로잡혔다는 말을 들으니 이건 마냥 상상속의 인물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듯한 느낌이 들어 섬뜩하기도 했고..또다시 나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광인 일기. 조서. ...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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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by Heinrich Böll



언제 샀는데 이제 읽는지.
읽겠다고 결심하고 다른 책을 손에 잡은 지도 수 번, 읽겠다고 앞 몇 페이지 보다가 바로 다른책으로 옮겨간 것도 한두 번.
그런데 너무 재밌다.
마치 로앤오더를 보는것같은 딱딱한 설명투란.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요즘도 다를 게 뭔가? 언어도 폭력이 될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터인데,
진실을 왜곡하고 돌려 맞추면서 자신의 명예와 고귀함을 한없이 깎으면서 관심과 돈만을 좇는 요즘의 기사들은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나 할까?
"중용"이다. 그런 사탕발린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믿음 혹은 정말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데,
요즘 우리들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흔히 대세, 유행들은 그런 이성을 흐리는, 틀림없는, 폭력 중 하나라고 본다.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우연찮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

**가장 재미있게 본 41장. 과연 누가 도청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재미있고 망상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정말 "재밌게" 본 부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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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그들을 <<차이퉁>>의 한 여기자가 찾아냈는데, 그곳에서 고대문헌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히페르츠는 - "모든 관계에서 과격한 한 사람이 우리를 감쪽같이 속였군요."라고 했다."
(블로르나가 나중에 히페르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맹세했다. "카타리나가 과격하다면, 그녀는 과격하리만치 협조적이고 계획적이며 지적입니다. -내가 그녀를 잘못 보았나 보군요, 그런데 난 40년간 경험을 쌓은 교육자요. 사람을 잘못 보는 일은 거의 없는데요.")
...마지막으로 정원 풀장에 있는 블로르나와 투르데를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 아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한때 '빨갱이 투르데'로 알려졌던 이 여자와 이따금 '좌파'로 통하는 그녀의 남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잇는가. 호화 빌라의 수영장 앞에서 부인 투르데와 함께 포즈를 취한, 고소득의 산업체 변호사 블로르나 박사." -45p

39장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알로이스 슈트로입레더가 트루데 블로르나를 성적으로 유혹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시시덕거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그리고 그녀가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그가 자기 자신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은 그렇지 않으며, 아무튼 그녀에게는 전혀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들 둘 사이에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92p

41장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마지막에는 양귀비 씨를 뿌린 계란 케이크에 대한 한동안 설왕설래하고, 이런 대화 전체가 납세자가 지불하는 세금으로 녹음기에 녹음된다! 물론 이런 대화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의 암호가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계란 케이크가 수류탄 같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지, 혹은 딸기와 함께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폭타을 의미히지는 않는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녹음 기사는 어쩌면 이들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고, 그런데 그런 걱정거리라면 자신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의 걱정거리는 아마 딸이 가출했다거나 아들이 마약 중독에 빠졌다거나 아니면 집세가 또다시 올랐다거나 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 ㅡ 이 녹음 작업 ㅡ 이 그저 뤼딩을 겨냥한 폭발물 위협이 한 번 거론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 순진한 공무원 혹은 직원은 마침내 처음으로 양귀비 씨를 뿌린 계란 케이크가 무엇인지 듣게 된다. 그에게는 계란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주요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 국가에 살고 있고 자유로이 그리고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권리가 있고, 당연히 전화상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이유로 혹시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점잖거나 심지어 도덕적으로 매우 엄격한 어떤 사람의 귀에 모든 이야기가 윙윙거리며 전달되거나 녹음기로부터 흘러 들어가게 해도 좋은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가? 정신과 상담은 보장되어 있는가? 공공 서비스, 운송과 교통 분야의 노동조합은 그런 점에 대해 뭐라고 하는가? 사람들은 기업가, 무정부주의자, 은행장, 은행 강도와 은행 직원들을 신경 써 돌본다. 그렇지만 우리의 국립 녹음기 부대는 누가 걱정해 주는가? 교회는 이에 대해 아무 할 말이 없는가? 풀다 시의 주교회나 독일 가톨릭 중앙위원회는 이제 어떤 대책도 내놓을 수 없는가? 왜 교황은 침묵하고 있는가? 여기 이 순진한 자의 귀에는 캐러멜 푸딩에서 지나친 포르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럽다는 것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젊은이들에게 공무원의 삶을 걷도록 권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면 그들은 누구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가? 전화 윤리 위반자들에게 인계된다. 여기에 마침내 교회와 노동조합이 함께 일할 수 잇는 영역이 있다. 그래도 최소한 도청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계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녹음기 사용에 관한 교육과 더불어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세울 수 있다. 거기에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105p

49장
이 장면을 상상해 눈앞에 그려 보자. 마흔두 살의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것도 7년 전부터 냉정하고 명확하게 일을 잘 처리하고, 브라질이나 사우디아라비아뿐마나 아니라 북아일랜드에서도 국제적인 업무를 훌륭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뤼딩의 주목과 슈트로입레더의 존경을 받았던 사람이 ㅡ 한마디로 말해, 단순히 한 지역의 명사가 아니라 전적으로 국제적인 인물인, 그런 사람이 화염병을 만들려고 했다니!
블로르나 부인은 재빨리 이런 행동을 즉흥적이고 소시민적이며 낭만적인 무정부주의라고 하면서, 그를 철저하게 논평했다. 마치 아프거나 상처가 난 신체 부위에 대해 말하듯이 말이다. -123P

10년 후 - 하인리히 뵐의 후기
<<차이퉁>>에 헤드라인과 센세이션을 제공하고 다른 신문에까지 '진짜' 이야기를 제공하려 함으로써 그저 자신의 의무ㅜ를 다했을 뿐인, 신문 기자의 이런 끔찍한 '무지', 그렇다, 거의 아무것도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의 무지함이 카타리나로 하여금 권총을 뽑아 들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그녀는 이 <<차이퉁>>이 비열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무지한' 비열함이 그녀를 완전히 파멸시킨 것이 틀림없다. -150P

작품해설 - 김연수
왜 카타리나 블룸이 기자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가, 라는 질문과 더불어 그 이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언론의 횡포와 폭력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아울러 가능한 한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노력하는 화자의 메타내러티브적인 서술 방식 및 경찰서의 심문 과정 중에 블룸이 보여 준 언어에 대한 민감성과 진실한 언어 표현을 찾으려는 자세가 <<차이퉁>>지의 진실을 조작하는 언어 사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적전제로 언어의 신뢰성 회복을 다루고 있다. 사람이 살 만한 나라에서 살 만한 언어 찾기와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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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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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a, The Sea 2

me/literature 2011.10.08 14:23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6
The Sea, The Sea 2 by Iris Murdoch



결국은 작은 집착에 매달려 몇십페이지를 고민했던 그.
하틀리는 결국 그에게 결코 머물지 않았을 한낱 회오리같은 존재였지만 거기에 너무나 큰 존재를 부여하려던 것이 잘못이었다.
어디에나 언제나 그녀같은 이들이 있다.
그들이 결국 순수를 찾는 어리석은 자들을 상처입히는 존재들이고, 항상 그래왔다.

****************************************

"나는 한잔 마셔도 되겠지요? 술을 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술은 타락의 상징이고, 사람이 노예라는 증거예요.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또 다른 노예가 된다는 뜻이지요. 생각해 보면 진짜 어리석고 미친 짓이에요. 인간이 또 하나의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것은 옳지 않아요. 다행히 나는 그 올가미에서 벗어났지만요. 진정한 사랑은 자유롭고 건전해요. 집착이나 연애 감정으로부터 사람이 벗어날 수 있을까요? 리지와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곤 했어요. 진정한 사랑은 신비스러운 매력이 없어진 결혼 생활과 같은 거예요. 혹은 나이를 더 먹으면, 사랑이란 내가 당신한테 느끼는 사랑 같은 거예요. ..." -18p

...잠옷을 빌려 주었으나 그녀는 자기 옷을 입은 채로 누워서 마치 시체처럼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잠이 든 것 같았다. 오랫동안 불행해 온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망각으로부터의 급한 도피였다. -77p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난 곧 죽을 것만 같아. 가끔 잠들 때 죽기를 원하면 죽을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항상 다시 깨어났어. 매일 아침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지옥이야."
"그럼 지옥에서 나와! 문은 열려 있고 내가 붙잡고 있어!"
"그럴 수가 없어. 나 자신이 지옥인걸." -96p 불행한 상황에 나약하게 적응해 버려서 그것을 깨뜨리고 나올 수조차 없는 나약한, 나약한 그녀를 보라...

"우리는 어린애였어. 넌 내 진정한 삶의 일부가 되지 못했어."
"네 진정한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 왜 지상의 지옥처럼 보이는지 모르겠군! 제기랄! 너 자신이 그렇게 말했어. 행복한 여인은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법이야." -111p

...아름답고, 순진하고, 티없고, 어리석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는, 허영심 많고 이기적인 남자들과 시건방지고 잘난 척하는 여자들 사이에서 일생을 살아온 나에게는 책망과 같았다. 나는 그녀의 죄의식을 실질적인 실패에 대한 실질적인 죄의식으로 간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불합리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상대의 노예가 되며 도덕적 우위를 차지할 수가 없다고 한 페러그린의 말을 기억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소한 과오는 물론 그의 죄까지 자신이 짊어지고 있었다. 그가 그녀와 타이터스에게 지은 죄에 대하여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죄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나서 죄인을 우러러 받들고 그를 거룩하다고 여겼다. 아, 만이르 내가 해롭고도 무용지물인 죄의식과, 남편을 향한 허황된 존경으로부터 그녀를 해방시켜 줄 수만 있다면! 그녀는 나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내가 그녀를 미워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고 했다! 그녀는 주문에 걸렸으며, 자기 방어의 마술에 걸렸다. -112p

나는 혼란스럽고, 화가 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사촌은 항상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가 집에 있으면 모든 것이 변한다. 주전자까지도. 그가 여기 있는 한 나는 내 생활을 계속 꾸려 갈 수가 없다. 나는 제임스를 여기 있게 할 수도 없고, 그를 다룰 수도 없다. -141p

지금 느끼는 건데 바다여 바다여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아름답고 을씨년스러운 절벽이 있는 시골 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한...

...또한 샌들을 신어서 마르고 하얀 발이 드러났다. 그의 길쭉하고 앙상한 발가락은 물건을 잡기에 적당하게 생겨서 어릴 적 내 시선을 종종 사로잡았다. ("제임스의 발은 손 같아요."라고 어머니에게 말한 적이 있다. 마치 그의 비밀스러운 기형을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156p 피식.

"그녀의 결혼이 행복하지는 못했을망정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은 사실이야. 찰스 형, 형은 행복에 대하여 너무나 집착해. 그것은 꼭 그렇게 중요한 것만은 아니야." -162p Oh I'll remember that.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는 거야. 그녀가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사랑은 '근거'나 '귀납적 추론'에 의지하지 않아. 사랑은 그냥 아는 거야. ..." -165p

...어느 한 순간 나는 이것이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모두. 그런데 그녀는 나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나는 플라스틱 가방에 그녀의 화장품과 내가 그녀에게 주었단 흰 줄이 있는 얼룩덜룩한 분홍빛 돌을 넣었다. -174p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서 내가 바보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또한 그렇게 어리석은 일과 연관되어 내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였을까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였다. -186p

"미안해. 하지만 이 시점에서 심각하게 따져 봐. 그녀가 수녀였을 때 그녀에 대한 형의 사랑은 어떤 충격으로 가사 상태가 되었어.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난 충격이 그녀에 대한 옛날의 감정을 부활시킨 거야. 이것은 정신적인 숨바꼭질이어서 나름대로의 필연성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형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 물론 당장 그 감정을 극복하기는 어렵지. 그러나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면 모든 것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고, 다시 느끼고, 잊어버릴 거야. 이런 감정은 영원한 게 아니야.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아. 우리에게 영원은 환상일 뿐이지. 그것은 동화에나 있는 일이야. 시계가 12시를 치면 모든 것은 산산히 부서져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러고 나면 그녀로부터 자유로워진 형을 보게 될 거야. 그녀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지고, 그때가 되면 가엾은 유령을 놓아줄 수 있어. 남는 것은 일상의 의무와 일상의 관심거리지.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를 느낄 거야. 현재 형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고, 최면에 걸려 있는 거야." -190p 어릴때 한번쯤은 이런 생각에 반발을 가지지..그리고 그렇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거야. 빠를 수록 좋지. 인간은 자유롭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속박되기를 원해서 오히려 스스로 더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건 영원하지 않으니까-제임스가 말하듯이, 그러니까 한마디로 덧 없는 거야. 이루어지지 않은 걸 바란다고 그것이 구원을 해주지는 않는다.

"네 이론은 매우 현명하지만 공허해. 사랑은 그런 시시한 심리학을 어리석게 만들어 버리지. 넌 사랑이 참고 인내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 인내가 사랑의 기적과 같은 본질에 속하는 거야. 아마 넌 아무도 그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지." ...나는 내 어색한 말을 무마하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넌 과거는 비현실적이고 유령으로 가득 찼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게는 과거가 무엇보다도 가장 현실적이며, 과거에 대한 충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야. 이것은 옛날 애인에 대한 감상이 아니야. 이것은 삶의 원리이며, 계획이야."
"시도해 봤으면서도 아직까지 그 신념을 믿어? 그녀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고 집에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고서도?" -190p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강박관념의 한 종류이다. 강박관념은 마음이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굴러가지 못하게 마비시킨다. 자연스럽고 열려 있고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 넘치는, 존재의 어떤 상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의가 바로 합리성이다. 나는 내가 전적으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고민스러운 생각들을 계속할 수밖에 없으며, 환상과 의지라는 동일한 쳇바퀴 안에서 계속해서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정신이 말짱했다. 그러나 나는 이 기계적인 동작을 멈출 만큼 제정신인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벤을 죽이고 싶었다. -249p

...벤은 천성이 난폭한 사람이고, 파괴자이고, 살인자였다. 바꿔치기된 내 아이와 나를 얼마나 미워했을까? 주범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웃고 있는 한, 아내와 그 소년을 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순수한 증오는 광기의 당당한 형태다. 여러 해 동안 벤은 수없이 자기의 상상 속에서 나를 죽였을 것이다. -251p

책 전반에 펼쳐지는 이 화자의 비판적인, 아니꼬운 세상에 대한 시각이라니. 거기에 제임스의 부질없는 것을 통달한 통찰력이 더해져, 어쩌면 스토리 자체는 시시한 옛 사랑을 찾는 것일지 모르나 거기에 붙어진 살, 작은 사건 하나하나를 보는 시각, 의견, 코멘트같은 것들이 책에 성격을 부여한다.

가시금작화, 히스, 분홍바늘꽃, 야생 취어초...
야생 취어초, 수령초, 분홍바늘꽃, 연자주색 당아욱...

...리지는 나와 걸으면서 타이터스 때문에 실컷 울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가끔 울지만 이제는 더 자제하여 남몰래 속으로 운다. 슬픔 속에서도 어떤 속셈을 가지고 나를 꽉 잡는 그녀의 손가락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리지는 마지막까지 그녀가 할 수 있다면 누구를 위해서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죽어 넘어졌다 해도 그녀는 곧 다른 사람의 팔에 안겨 울 것이다. 이런 말은 무정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리지에게만 국한된 그런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266p

타이터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너무나 크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왜 한 번도 바다에 대한 위험을 경고해 주지 않았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 허세 때문이었다. -267p

"우리는 사귀지 않았어. La jalousie nait avec l'amour......."
"그건 사실이야."
"질투는 사랑과 함께 생기지만 사랑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275p

"너에게 실망했다." 내가 제임스에게 말했다. "난 네가 비겁하거나 불충실한 짓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 네 스스로 이렇게 지저분한 문제에 얽히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어. 이것은 일종의 평범한, 교활한 인간의 어리석음이야. 나는 네가 그런 어리석음에 빠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넌 그 결과의 중대함을 상상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했어. 그리고 그 결과의 한 가지는 내가 너를 믿지 않는다는 것, 아니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야." -280p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어리석게 굴지 말라고. 일이 그렇게 된 것은 우연이었고, 용서할 수 있는 거야. 질투 때문에 미치지 마." -283p

아 그는 허물없었지. 체구도 작았고, 나약했고, 비열했고, 착각을 해댔어. 겁을 먹었고..

...그러나 나는 그 지긋지긋한 일을 더욱더 나쁘게 만들어 그것이 치명적이 되기를 원했다. 마치 하틀리가 내가 그녀를 미워할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던 것처럼. 나는 결코 내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기 위해 그들을 함께 보냈다. -285p

물론 술에 취해 종잡을 수 없이 생각한 것이긴 했다. 그러나 그들이 타이터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냉정한 안도감과 체념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다는 옳았다. 그렇게 타이터스의 죽음이 기묘하게 그들의 생활에 스며드는 것을 보면서 나 자신도 몰래 후회와 죄의식을 이우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우리를 불구로 만든 그 운명을 정당화해야면 하는 것처럼 어떤 설명을 붙여서라도 할 수만 있따면 죽음과 상실의 공포를 가능한 빨리 덮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312p

"페러그린이 당신을 살해하려고 한 거야." ......"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은 너무나 멋졌어. 어쨋든 당신은 죽어 마땅했어. 다른 일은 몰라도 우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 "아, 걱정 마, 우리는 너무 즐거워서 당신 죄목 같은 건 만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페러그린이 당신을 그 구덩이에 밀어 넣은 것은 너무나 정정당당하고 멋진 일이야. 난 항상 그가 당신을 용서한 것이 싫었거든. 당신이 익사했다면 더욱 심미적이었을 텐데." -319p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매우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다. 병을 앓고 난 뒤에 하루 더 쉬었어야 했다. 그 많은 사과주를 다 마시지 말아야 했다. 아니면 리지와 길버트가 내 기운을 빼앗아 그들의 생명력에, 즉 세상을 바꾸고 살아남을 수 있는 그들의 능력에다 모두  집어넣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의 일부를 가져다가 그들의 목적에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내 본체를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p350p

질투의 고통보다 더 심하고 무익한 정신적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후회일 것이다. 상실의 고통도 그보다는 덜 아플 것이다. 그리고 흔히 이런 고통들은 지금 내가 그러듯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내가 말한 후회는 회개가 아니다. 내가 순수한 형태의 회개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마 회개는 순수한 형태가 없는지도 모른다. 후회에는 죄의식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절망적인 죄의식이며, 고통을 낫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357p

역사, 그 후의 이야기 ㅡ 인생은 계속된다.
제임스가 항상 인용하던 시는 한 구절뿐이다. 그는 이 구절을 자주 인용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맥심 총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갖고 있지 않다! -399p

아무리 따져 봐도 잘못은 나한테 있다. 내가 내 악마들을, 질투의 바다 뱀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어떻든지 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다.'라고 말할 수 있덨던 나의 용감한 믿음은 힘을 잃고 사라졌다. 모든 것은 하찮은 것으로, 이기적인 무관심으로 퇴색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듯이 나도 그녀를 조용히 멸시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도 가끔 우리는 남몰래 멸시한다. 토비와 내가 제임스를 멸시하듯이 놀랄 만큼 꼭 필요한, 우리 자아의 건강한 식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남을 멸시한다. 그러나 물론 고통은 남는다. 그리고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이 울릴 때 침을 흘리도록 되어 있는 인간들이다. 이 순순한 조건 반사는 우리의 가장 특징적인 숙명이다. 무엇이든지 연상으로 변색시킬 수 있고, 연상이 충분하다면 온 세상을 까맣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개가 짖는 것을 들을 때마다 마지막에 보았던 하틀리의 얼굴을 다시 떠올린다. 괴로워서 주름을 잔뜩 지었다가 다시 이상할 정도로 변하던 생기 없는 얼굴이다. 마치 바그너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죽어 가던 클레멘트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던 모습이 떠오르듯이. 지옥이나 연옥에서는 다른 고통을 더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다. -415p

...나와 페러그린의 경우에서 배웠듯이 사람은 흔히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비난을 받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낀다! 상상했던 비난을 철회하자 하틀리는 처음에 감사와 애정을 느꼈다. 그러나 죄의식과 그것이 우리 관계에 불어넣은 폭발적인 격렬함이 약해지자, 더 깊이 묻어 두었던, 나를 향한 감정의 실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423p 꼭  그럴까? 죄의식은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또한 비난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나는 하틀리에 대하여 리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중요한 말은 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은 마치 비집어 열어 놓은 것처럼 편안했다. 나는 하틀리를 '몽상가'라고 비난했다. 몽상가라는 단어는 타이터스가 썼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인이 얼마나 엄청난 몽상가였던가! 나는 꿈꾸는 사람이었으며, 마술사였다. 돌이켜 보면 나는 현실의 모든 것을 꿈으로 해석했고, 자신의 꿈이라는 책을 읽으며 얼마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사랑은 현실 세계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던 하틀리가 옳았다. 이것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놀라운 것은 어떤 지점에서부터 나는 자신을 보호하고 사실을 무마하기 위하여 교묘하게 그녀를 거짓말쟁이로 여겼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애착의 짐으로부터 나 자신을 풀어 주기 위하여 나는 자기 보호적인 인간의 자아가 지닌 특징인, 반쯤 의식적인 교활함으로 그녀를 가련하고 신경질적인 사나운 여자로 보았다. 그리고 일종의 정신적 동정이라고 상상하려고 애쓰던 이 타락한 동정은 나의 도피의 중간 간이역이었다. 나는 어둡고 유리창 없는 방에 갇힌 희생가자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직도 악몽에서 그 모습을 보곤 한다. 내 사랑의 상상력은 진짜 하틀리를 포기하고, 무조건 '모든 것을 수용하는' 높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것이 탈출구였다.
대화 중에 리지가 말했다. "물론 결혼 생활은 겉에서 보기에는 형편없다고 해도 실제로는 완전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 정말 그렇다. 그러나 나에게는 증가가 있지 않았나? -426p

작품 해설
순수한 영적인 힘도 인간의 허영 앞에서는 연극의 마술적 힘이나 환상과 같은 일종의 속임수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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