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9.19 The Sea, The Sea 1
  2. 2011.09.14 Klingsors Letzter Sommer
  3. 2011.09.02 Mitte Des Lebens

The Sea, The Sea 1

me/literature 2011.09.19 21:40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5
The Sea, The Sea 1 by Iris Murdoch



제목만으로 나를 사로잡고, 책을 내손에 잡은 순간에는 그림으로 나를 사로잡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거부할수 없는 호기심과 아름다운 묘사로 나를 사로잡은 이책.
그가 발딛고 있는 아름다운 땅, 그 바다, 그 풀들, 그 꽃들, 아 그이고 싶다. 갑자기 60이 되더라도 그가 되고싶다.
이제 슬슬 시작되는 그의 인생 속 사람들 이야기는, 또다시, 나에게 다른 시점으로 나의 이야기를 보게하고,
생각하고 되새기게 한다. 이제 나의 '그것'을 극복하는 단계가 새로운 시점을 맞은걸까?

****************************************

...어머니는 강한 사람이었고, 아버지와 나는 남몰래 서로 사랑하고 복종하고 위로했다. 아니, 우리 셋은 서로를 사랑하고 위로했다. 우리는 다 같이 가난한 편이었고, 외롭고, 입장이 난처했다. -46p

붉은 이끼, 꽃, 어린 시절에 본 듯한 쇠뜨기말, 파리를 잡아먹는 괴상한 노란 꽃, 히스...

...우리는 함께 있기를 서로 즐기고 원했다. 얼마나 좋은 시금석인가! 이것은 깊은 헌신이나 존경이나 정열보다 더 훌륭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갈망한다면 그는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먼 훗날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 -53p

...사람은 악역을 하려면 자신이 어느 정도 악한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악한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악은 매우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고, 이상적으로는 그 가면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어떤 늙은 배우가 노인 역을 맡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한 번도 노인 역을 해 본 적이 없소!" 바로 이런 것이 전문가다운 기질이다. -68p

...여기 왔을 때 나는 사적인 대인 관계에 대하여는 더 이상 마음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걱정은 대개 허영심의 한 형태일 뿐이다. -73p

그러나 리지의 전적으로 이상적인 질문을 되풀이하자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 왜 여자들은 모든 일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부산을 떠는가! 왜 그들은 항상 정의와 해답을 요구하는가! -85p I mean, why?

...편지에서 나는 시간이나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고, 그저 그녀 생각이 나서 만나고 싶다고만 했다. 그런데 그녀는 절대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녀는 '모든 것을 원한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틀림없이 그렇다. -86p

...그러나 리지의 타고난 헌신이 그런 구속을 없애 버렸고, 그 덕분에 우리는 최상의 세계에서 살았다. 물론 그녀는 나를 책망한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녀에 대한 의무감을 갖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 같았다. 그저 내 행복을 위해서 그녀를 이용해 주기를 원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아주 잔인하게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살았고, 그것이 그녀 편에서는 가장 심오하고 겸손한 대처였으며, 내 편에서 사랑이란 부드러운 감사의 마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했다. -91p

쥐오줌풀, 아르메리아, 흰 장구채 꽃...

...방금 생각이 난 건데, 내가 회고록에 내 일생에 대하여 온갖 놀라운 헛소리를 적어도 사람들은 모두 믿을 것이다! 인간은 습성적으로 인쇄된 단어의 힘, 잘 알려진 '이름'의 힘, 혹은 '연예계의 인물'의 힘을 쉽사리 믿는다. 독자들은 '그런 이야기는 걸러서 듣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믿고 싶어 하고, 실제로 믿는다. 왜냐하면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쉽고, 또 글로 쓰인 것은 '어떤 점에서 진실'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일시적인 감상이 이 이야기의 진실이 아니라고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132p

...질투는 아마도 모든 강렬한 감정 중에서 가장 무의식적일 것이다. 질투는 의식을 훔쳐가고 사고보다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질투는 항상 거기에 존재하며 눈 안의 검은 티처럼 온 세상을 더럽힌다. -145p

흰색 클레마티스

...일생 동안 당신은 향락에 젖은 몽상가로 살아왔어. 그리고 언제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자들을 택했기 때문에 버릇없는 악당처럼 행동하면서도 무사했지. 그리고 괘씸하게도 당신이 먼저 선수를 치고는 절대 속박당하지 않았지. 결백하고 냉담한 인간! 여자들이 견뎌 준 것은 그냥 운이 좋아서였어. -307p

무릎 하나를 세우고 의자에 앉은 로시나는 폭 넓은 푸른색 면바지를 푸른색 캔버스 장화 위로 말아 올려 놓았다. 푸른색과 자주색의 줄무늬 셔츠는 허리에서 좁은 가죽 벨트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한가해 보였고, 현실적이고도 해적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310p

신고

'me >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0) 2011.10.11
The Sea, The Sea 2  (0) 2011.10.08
The Sea, The Sea 1  (0) 2011.09.19
Klingsors Letzter Sommer  (0) 2011.09.14
Mitte Des Lebens  (0) 2011.09.02
A Streetcar Named Desire  (0) 2011.08.31
Posted by jimmii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
Klingsors Letzter Sommer by Hermann Hesse



오랜만에 읽는 헤세의 소설인데 초반은 좀 집중하기 힘들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그러나..?
다른 책과는 다른건지, 다른책은 뭔가 자아가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고된 고행의 길같은 느낌이었는데
초반부에서는 클링조어가 자신의 충만한 삶을 즐기는 이야기라 그런지
지금 나의 정신상태에서는 너무나 풍족하게 즐기는 삶이 삐딱하게 보일 뿐이다.
책은 얇지만.. 즐길 수 있는 책이길 바라며...쩜쩜쩜...


... 읽을 수 없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이어 두번째.
아쉽다. 내가 너무 많은 다른 작가들을 맛본 건가, 아니면 나의 심적상태 때문일까, 아니면 헤르만의 책중 나와 맞지 않는 불행한 경우일까!!

****************************************

.....
신고

'me >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ea, The Sea 2  (0) 2011.10.08
The Sea, The Sea 1  (0) 2011.09.19
Klingsors Letzter Sommer  (0) 2011.09.14
Mitte Des Lebens  (0) 2011.09.02
A Streetcar Named Desire  (0) 2011.08.31
La Peste  (0) 2011.08.08
Posted by jimmii

댓글을 달아 주세요

Mitte Des Lebens

me/literature 2011.09.02 00:27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028
Mitte Des Lebens by Ruise Rinser



읽기시작.
4일내내 미친 업무와 또한 미친 야근으로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있어서
니나의 소포를 읽고있는 지금 현재부분 좀 짜증난다.
I don't care about all those letters, just freaking tell the story!!!!
...
이 책은 지금 내가 직면한 문제에 있어 몇가지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사사건건 나는 니나와 그의 이야기를 보며 대입해보고,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감정이 고양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것들을 조금이나마 더 선명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니나를 너무도 부러워하고, 너무도 혐오한다. 그녀에게 투영되어지는 그 존재들을.. 니나는 내가 혐오하는 것들의 결정체이다. 다른말로, 그녀는 내가 동경하는 것들-그러나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의 결정체이다.

****************************************

제1장
지하실에 그냥 있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나를 엄습했다. 나는 불을 끄고 궤짝 위에 앉았다. 어둠이 기분 좋게 나를 에워 쌌고 내부에서는 완전하고 궁극적인 종말에 대한 절실한 소망이 나를 일깨웠다. 지난 얼마 동안 나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더 살아야 하는가, 라고. 나는 인생을 즐기지 못한다. 또,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기쁨도 주지 못하는 이런 인생을 계속 영위해야 할 의무도 알지 알지 못한다. 이전에는 공포를 느꼈으나, 이제는 나와 삶을 연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평안함을 느낀다. 무한한 적막감이 나에게 입을 벌리고 있다. 엄청난 무기력이, 어떤 환멸이나 권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 무관심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p27

  니나, 나는 말했다. 알다시피 나는 이제 마흔아홉 살이야. 오십이 다 된 여자는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해야 해. 그러나 다 지나간 일이야. 대개 적어도 이 나이면 지나갔다는 것이 기쁠 뿐이야. 나 같은 사람들은 지나간 것들의 눈물, 히스테리, 갈등, 화해. 끝없는 오해, 몇 번의 아름다운 밤, 오랜 기다림 등이 서로 막 뒤섞여 있는 것으로 추억하지. 어쨋거나 나에게 사랑이란 항상 기다림과 맞물려 생각이 돼. 편지를 기다리고, 기차를 기다리고, 그의 이혼을 기다리고, 그의 최종적인 결심을 기다리고, 그가 일자리를 얻게 되길 기다리고, 처음에는 독일에서, 다음에는 스웨덴에서, 맞아, 기다림뿐이었어.
  그러고 나서는?
  그러고는? 우리가 결혼하고 나서는? 그때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지.
  언니는 정말 행복했어? 기다리기만 했을 때보다 더 행복했어?
  그래, 그때가 정말 더 행복했어.
  정말?
  니나의 계속되는 질문들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내가 적합한 대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동안 나는 결혼하고 나서 최초의 몇 년을 빼고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물론 나는 이것이 행복일까, 하고 자문했다. 그러나 나는 불행하지 않았고, 삶에 대해 지나친 요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나 자신과 타협할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해서 언니는 알고 있어? 니나는 질문했다. 요는 사랑이 무언지 알고 있느냐는 거야.
  그래,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약간 불쾌해졌다.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속해 있다는 감정이야. 오로지, 그리고 철저하게 말야.
  그러면 사랑과 정열의 차이는 뭐지? 니난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37p (나는 니나의 이러한 오만함이 끔찍히 싫다, 정말이지)

지금은 더 이상 그런 건 문제가 안 돼요. 니나는 비웃듯이 말했다. 나는 죽고 싶은 거예요. 이해  못하시겠어요? 사는 것보다, 여기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겠다느 걸 앍고 있어. 공부하고, 먹고, 자고, 직업을 갖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런 게 다 뭐죠? 이것만으로는 모자라요. 사람들은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마치 거기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타이르죠. 그래요, 다른 어떤 것은 필요로 하지 않고, 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어요? 멋진 순간이 우리의 삶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책에서 읽었어요. 사랑을 하거나 혹은 아이를 낳거나 혹은 어떤 진리를 발견한 순간이 그렇다는군요. 그러나 그런 건 영원히 계속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맛만 보고 조금 구경하고 그리고 다시 빼앗기고 말아요. 이건 절대로 나에겐 충분치 못해요. 그래서 나는 죽고 싶어요. 이해하시겠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나에게 말씀해 주셔야 해요. -46p

...이번에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아주 태연했고 차가웠다. (냉정함은 아니다. 냉정이란 결함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그녀의 차가움은 젊음의 표지이며 순수함의 표지인 것이다.) 그녀의 눈길은 수줍었으나 매우 맑았기 떄문에 나는 내가 밤마다 겪는 욕망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 눈길도 언젠가는 흐려질 것이다. 이 여자의 전부가 단 하나의 약속이다. -57p

  우울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니나는 천천히 말했다. 혼갖 아름다움이란 것이 일시적이고 다만 어람 동안 빌려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 그리고 우리가 인간들 틈이나 나무와 극장과 신문 사이에 있으면서도 마치 차가운 달 표면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독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은 누구나 다 우울하지.
  니나!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네가 삶을 기쁘게 사는 줄 알았는데. 왜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야? 너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그랬지. 니나는 대답했다. 우울은 인식의 시초일 뿐이야.
  갑자기 니나는 웃었다. 무슨 현명한 말이라도 하는 것 같군. 물론 나는 기쁘게 살아.
  그런데 이 세상에는 거짓 우울도 있는 법이야. 니나는 계속했다. 어닌는 사람들의 눈을 보아야만 해. 많은 사람들에게 우울은 겉으로만 그럴 뿐이고 어떤 의도 내지 센티멘털리즘의 표시일 뿐이야. 정말로 우울이 깃들인 눈에는 활기, 집중, 분주함 같은 것들이 있지.그러나 이것은 무대의 막일 뿐이야. 그 뒤에 무대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보지 못해. 그런데 간혹 가다 막이 올렺지면 사람들은 뒤가 어둡다는 것과, 거기에 한 사람이 아무 희망도 아무 분노도 없이 앉아 있고,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좀더 좋은 세계로 데려가려 하면 그가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좀더 좋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거야. 그는 이미 우울에 중독된 거야. 그가 언니에게 웃고, 마치 언니를 믿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언니와 같이 가기위해 일어서지는 않아. -66p

...모든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것을 필요로 했던 거야. 그는 점점 더 굳건하게 그것을 믿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어.이것은 그가 세운 삶의 토대였어. 그러나 이런 해석이 맞는지는 몰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뿐이야. 전혀 아닐 수도 있어.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조차 아무것도 모르잖아?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고양이 발걸음처럼 사는 법을 배우게 되지. 점점 조용하게, 점점 더 절대성은 없어지지. 이것은 또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징조야. 나는 얼른 늙었으면 좋겠어. -69p

나는 10월 말까지 기다렸다. 나는 기다렸다. 이제서야 나는 기다림에 얼마나 많은 뉘앙스가 담겨 있는지를 안다. 그전까지는 몰랐다. 처음 몇 주 동안은 흥분이었다. 행복한 초조감과 깊고, 그러나 달콤하기도 한 낭패감 사이에서 들락날락했다. 이런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그리움은 일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시때때로 끼여들어 와서는 아주 기묘하고 괴기한 상념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어떤 사물을 보아도 저절로 니나에 대한 생각이 났다. 모든 사물이 마치 마술에 걸린 듯했다. 일종의 도취였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부끄러울 때도 많았으나 오히려 더 강한 도취감을 갈망하기도 했다. ...... 아니면 내가 그녀를 가지려는 용기가 없다고 경멸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로 나는 여러 날을 보냈다. 처음에는 참을 만했다. 마치 둔중하게 쑤시기는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 치통과 같았다. 그러나 이 고통은 그후 점점 강렬해져서 나를 마비시키고 탈진시켰다. 나는 마침내 병이 났고 일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니나의 집 앞에 잠복해 있다가 만나볼까도 생각했으나 그만두기로 했다. 이 생각을 억제하기 위해 말할 수 없이 많은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ㅡ 이것이 기다림의 세번째 단계였다. ㅡ 깊은 권태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는 모든 일에 무관심해졌다. 나에게 있어 니나의 의미를 과대평가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관계의 전부가 끝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추측이 나라는 늙은 남자에게 나른한 만족감을 주었으나 곧 경종으로 다가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에게 감정의 종말은 다름아닌 내 인생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서 종말이 죽음을 강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죽음은 내가 허락할 수 없는 너무나 안이한 해결책이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무관심이라는 화산재에 서서히 질식해 죽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나를 깨웠다. 그러나 이것은 치료인 동시에 고통을 의미했다. 왜냐하면 그러는 가운데 기다림의 마지막 단계인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미칠 듯한 당혹감, 출구 없는 무자비한 압박감, 그리고 고열로 시달렸다. -87p

제2장
니나는 약속도 없이 찾아왔다. 헬레네는 우연히 외출중이었따. 저녁때였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엔 환자가 올 리가 없었으므로, 누군가 왔을 때 나는 약간 짜증이 났다. 나는 고독에 익숙해 있었다. 내 인생에 곁길은 없었따. 하루하루가 규칙적으로 지나갈 뿐이었다. 나 자신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의무들은 무미건조한 습관이 되었다. 최근 몇 달 간은 약효가 강한 수면제에서도 면제되었다. 이러한 아픔 없는 마음의 평정에 도달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야 하리라. -110p

...부담 없는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었으나 말이 자꾸 막히고 종국에는 대화가 끊기게 되었다. 시시한 얘기들에 마음 내키지 않아하던 니나가 마침내 침묵을 깨뜨렸다.
물어볼 일이 있어서 왔어요. 다른 누구에게도 먼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라고 니나는 말했다.
이 짧은 두 문장이 내게 잃어버린 인생의 의미를 다시 찾아 주었다는 것을 그녀는 분명 몰랐을 것이다. 그녀를 위해 못할 일이 내게는 없었다. 무제한으로 도와주고 싶은 황홀한 감정이 나를 엄습했다. 마치 젊고 정열적인 애인이 그의 연인에게 당신을 위해 죽고 싶다고 말할 때처럼 미친 듯한 상태, 자기 자신을 버리고 싶은 상태와 같았다. -112p

네, 아직은 일러요, 라고 니나는 대답했다. 또다시 불안한 침묵이 흐르면서, 추억과 유혹 그리고 경고의 연기가 마취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팽팽한 긴장감을 애써 감추면서 미동도 않고 마주 보고 있었다. 니나도 마친가지! 그렇다. 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 역할이 더 쉬운 것이었다. 더 격한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이 항상 불리한 법. 감정이 어디서나 그를 방해하고, 자신의 정열에 걸려 넘어지고, 패배할 때마다 더 우스꽝스런 짓을 한다. 찬스는 매번 줄어들지만 감정은 더욱 격렬해진다. -114p

신고

'me >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ea, The Sea 1  (0) 2011.09.19
Klingsors Letzter Sommer  (0) 2011.09.14
Mitte Des Lebens  (0) 2011.09.02
A Streetcar Named Desire  (0) 2011.08.31
La Peste  (0) 2011.08.08
The Painted Veil  (0) 2011.08.02
Posted by jimmii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