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by Heinrich Böll



언제 샀는데 이제 읽는지.
읽겠다고 결심하고 다른 책을 손에 잡은 지도 수 번, 읽겠다고 앞 몇 페이지 보다가 바로 다른책으로 옮겨간 것도 한두 번.
그런데 너무 재밌다.
마치 로앤오더를 보는것같은 딱딱한 설명투란.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요즘도 다를 게 뭔가? 언어도 폭력이 될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 터인데,
진실을 왜곡하고 돌려 맞추면서 자신의 명예와 고귀함을 한없이 깎으면서 관심과 돈만을 좇는 요즘의 기사들은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나 할까?
"중용"이다. 그런 사탕발린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믿음 혹은 정말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데,
요즘 우리들은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흔히 대세, 유행들은 그런 이성을 흐리는, 틀림없는, 폭력 중 하나라고 본다.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우연찮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책.

**가장 재미있게 본 41장. 과연 누가 도청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재미있고 망상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정말 "재밌게" 본 부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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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장
"...그들을 <<차이퉁>>의 한 여기자가 찾아냈는데, 그곳에서 고대문헌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히페르츠는 - "모든 관계에서 과격한 한 사람이 우리를 감쪽같이 속였군요."라고 했다."
(블로르나가 나중에 히페르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맹세했다. "카타리나가 과격하다면, 그녀는 과격하리만치 협조적이고 계획적이며 지적입니다. -내가 그녀를 잘못 보았나 보군요, 그런데 난 40년간 경험을 쌓은 교육자요. 사람을 잘못 보는 일은 거의 없는데요.")
...마지막으로 정원 풀장에 있는 블로르나와 투르데를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사진 아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한때 '빨갱이 투르데'로 알려졌던 이 여자와 이따금 '좌파'로 통하는 그녀의 남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잇는가. 호화 빌라의 수영장 앞에서 부인 투르데와 함께 포즈를 취한, 고소득의 산업체 변호사 블로르나 박사." -45p

39장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알로이스 슈트로입레더가 트루데 블로르나를 성적으로 유혹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시시덕거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그리고 그녀가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그가 자기 자신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은 그렇지 않으며, 아무튼 그녀에게는 전혀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하자, 그들 둘 사이에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92p

41장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마지막에는 양귀비 씨를 뿌린 계란 케이크에 대한 한동안 설왕설래하고, 이런 대화 전체가 납세자가 지불하는 세금으로 녹음기에 녹음된다! 물론 이런 대화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의 암호가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계란 케이크가 수류탄 같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지, 혹은 딸기와 함께 곁들인 아이스크림이 폭타을 의미히지는 않는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녹음 기사는 어쩌면 이들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고, 그런데 그런 걱정거리라면 자신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의 걱정거리는 아마 딸이 가출했다거나 아들이 마약 중독에 빠졌다거나 아니면 집세가 또다시 올랐다거나 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 ㅡ 이 녹음 작업 ㅡ 이 그저 뤼딩을 겨냥한 폭발물 위협이 한 번 거론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 순진한 공무원 혹은 직원은 마침내 처음으로 양귀비 씨를 뿌린 계란 케이크가 무엇인지 듣게 된다. 그에게는 계란 케이크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주요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 국가에 살고 있고 자유로이 그리고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권리가 있고, 당연히 전화상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이유로 혹시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점잖거나 심지어 도덕적으로 매우 엄격한 어떤 사람의 귀에 모든 이야기가 윙윙거리며 전달되거나 녹음기로부터 흘러 들어가게 해도 좋은가? 그것을 책임질 수 있는가? 정신과 상담은 보장되어 있는가? 공공 서비스, 운송과 교통 분야의 노동조합은 그런 점에 대해 뭐라고 하는가? 사람들은 기업가, 무정부주의자, 은행장, 은행 강도와 은행 직원들을 신경 써 돌본다. 그렇지만 우리의 국립 녹음기 부대는 누가 걱정해 주는가? 교회는 이에 대해 아무 할 말이 없는가? 풀다 시의 주교회나 독일 가톨릭 중앙위원회는 이제 어떤 대책도 내놓을 수 없는가? 왜 교황은 침묵하고 있는가? 여기 이 순진한 자의 귀에는 캐러멜 푸딩에서 지나친 포르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엄청나게 부담스럽다는 것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젊은이들에게 공무원의 삶을 걷도록 권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면 그들은 누구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가? 전화 윤리 위반자들에게 인계된다. 여기에 마침내 교회와 노동조합이 함께 일할 수 잇는 영역이 있다. 그래도 최소한 도청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계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녹음기 사용에 관한 교육과 더불어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세울 수 있다. 거기에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105p

49장
이 장면을 상상해 눈앞에 그려 보자. 마흔두 살의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것도 7년 전부터 냉정하고 명확하게 일을 잘 처리하고, 브라질이나 사우디아라비아뿐마나 아니라 북아일랜드에서도 국제적인 업무를 훌륭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뤼딩의 주목과 슈트로입레더의 존경을 받았던 사람이 ㅡ 한마디로 말해, 단순히 한 지역의 명사가 아니라 전적으로 국제적인 인물인, 그런 사람이 화염병을 만들려고 했다니!
블로르나 부인은 재빨리 이런 행동을 즉흥적이고 소시민적이며 낭만적인 무정부주의라고 하면서, 그를 철저하게 논평했다. 마치 아프거나 상처가 난 신체 부위에 대해 말하듯이 말이다. -123P

10년 후 - 하인리히 뵐의 후기
<<차이퉁>>에 헤드라인과 센세이션을 제공하고 다른 신문에까지 '진짜' 이야기를 제공하려 함으로써 그저 자신의 의무ㅜ를 다했을 뿐인, 신문 기자의 이런 끔찍한 '무지', 그렇다, 거의 아무것도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의 무지함이 카타리나로 하여금 권총을 뽑아 들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 그녀는 이 <<차이퉁>>이 비열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무지한' 비열함이 그녀를 완전히 파멸시킨 것이 틀림없다. -150P

작품해설 - 김연수
왜 카타리나 블룸이 기자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가, 라는 질문과 더불어 그 이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언론의 횡포와 폭력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아울러 가능한 한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노력하는 화자의 메타내러티브적인 서술 방식 및 경찰서의 심문 과정 중에 블룸이 보여 준 언어에 대한 민감성과 진실한 언어 표현을 찾으려는 자세가 <<차이퉁>>지의 진실을 조작하는 언어 사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내용적으로나 형식적으로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결정적전제로 언어의 신뢰성 회복을 다루고 있다. 사람이 살 만한 나라에서 살 만한 언어 찾기와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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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mm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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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a, The Sea 2

me/literature 2011.10.08 14:23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6
The Sea, The Sea 2 by Iris Murdoch



결국은 작은 집착에 매달려 몇십페이지를 고민했던 그.
하틀리는 결국 그에게 결코 머물지 않았을 한낱 회오리같은 존재였지만 거기에 너무나 큰 존재를 부여하려던 것이 잘못이었다.
어디에나 언제나 그녀같은 이들이 있다.
그들이 결국 순수를 찾는 어리석은 자들을 상처입히는 존재들이고, 항상 그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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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잔 마셔도 되겠지요? 술을 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술은 타락의 상징이고, 사람이 노예라는 증거예요.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또 다른 노예가 된다는 뜻이지요. 생각해 보면 진짜 어리석고 미친 짓이에요. 인간이 또 하나의 인간을 신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것은 옳지 않아요. 다행히 나는 그 올가미에서 벗어났지만요. 진정한 사랑은 자유롭고 건전해요. 집착이나 연애 감정으로부터 사람이 벗어날 수 있을까요? 리지와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곤 했어요. 진정한 사랑은 신비스러운 매력이 없어진 결혼 생활과 같은 거예요. 혹은 나이를 더 먹으면, 사랑이란 내가 당신한테 느끼는 사랑 같은 거예요. ..." -18p

...잠옷을 빌려 주었으나 그녀는 자기 옷을 입은 채로 누워서 마치 시체처럼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잠이 든 것 같았다. 오랫동안 불행해 온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망각으로부터의 급한 도피였다. -77p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난 곧 죽을 것만 같아. 가끔 잠들 때 죽기를 원하면 죽을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항상 다시 깨어났어. 매일 아침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지옥이야."
"그럼 지옥에서 나와! 문은 열려 있고 내가 붙잡고 있어!"
"그럴 수가 없어. 나 자신이 지옥인걸." -96p 불행한 상황에 나약하게 적응해 버려서 그것을 깨뜨리고 나올 수조차 없는 나약한, 나약한 그녀를 보라...

"우리는 어린애였어. 넌 내 진정한 삶의 일부가 되지 못했어."
"네 진정한 삶이라고 부르는 것이 왜 지상의 지옥처럼 보이는지 모르겠군! 제기랄! 너 자신이 그렇게 말했어. 행복한 여인은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법이야." -111p

...아름답고, 순진하고, 티없고, 어리석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는, 허영심 많고 이기적인 남자들과 시건방지고 잘난 척하는 여자들 사이에서 일생을 살아온 나에게는 책망과 같았다. 나는 그녀의 죄의식을 실질적인 실패에 대한 실질적인 죄의식으로 간주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불합리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상대의 노예가 되며 도덕적 우위를 차지할 수가 없다고 한 페러그린의 말을 기억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소한 과오는 물론 그의 죄까지 자신이 짊어지고 있었다. 그가 그녀와 타이터스에게 지은 죄에 대하여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모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죄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나서 죄인을 우러러 받들고 그를 거룩하다고 여겼다. 아, 만이르 내가 해롭고도 무용지물인 죄의식과, 남편을 향한 허황된 존경으로부터 그녀를 해방시켜 줄 수만 있다면! 그녀는 나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내가 그녀를 미워한다고 생각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고 했다! 그녀는 주문에 걸렸으며, 자기 방어의 마술에 걸렸다. -112p

나는 혼란스럽고, 화가 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사촌은 항상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가 집에 있으면 모든 것이 변한다. 주전자까지도. 그가 여기 있는 한 나는 내 생활을 계속 꾸려 갈 수가 없다. 나는 제임스를 여기 있게 할 수도 없고, 그를 다룰 수도 없다. -141p

지금 느끼는 건데 바다여 바다여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아름답고 을씨년스러운 절벽이 있는 시골 바다 마을을 배경으로 한...

...또한 샌들을 신어서 마르고 하얀 발이 드러났다. 그의 길쭉하고 앙상한 발가락은 물건을 잡기에 적당하게 생겨서 어릴 적 내 시선을 종종 사로잡았다. ("제임스의 발은 손 같아요."라고 어머니에게 말한 적이 있다. 마치 그의 비밀스러운 기형을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156p 피식.

"그녀의 결혼이 행복하지는 못했을망정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은 사실이야. 찰스 형, 형은 행복에 대하여 너무나 집착해. 그것은 꼭 그렇게 중요한 것만은 아니야." -162p Oh I'll remember that.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는 거야. 그녀가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사랑은 '근거'나 '귀납적 추론'에 의지하지 않아. 사랑은 그냥 아는 거야. ..." -165p

...어느 한 순간 나는 이것이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모두. 그런데 그녀는 나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나는 플라스틱 가방에 그녀의 화장품과 내가 그녀에게 주었단 흰 줄이 있는 얼룩덜룩한 분홍빛 돌을 넣었다. -174p

...최근에 일어난 사건에서 내가 바보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또한 그렇게 어리석은 일과 연관되어 내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였을까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였다. -186p

"미안해. 하지만 이 시점에서 심각하게 따져 봐. 그녀가 수녀였을 때 그녀에 대한 형의 사랑은 어떤 충격으로 가사 상태가 되었어. 이제 그녀를 다시 만난 충격이 그녀에 대한 옛날의 감정을 부활시킨 거야. 이것은 정신적인 숨바꼭질이어서 나름대로의 필연성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형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 물론 당장 그 감정을 극복하기는 어렵지. 그러나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면 모든 것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고, 다시 느끼고, 잊어버릴 거야. 이런 감정은 영원한 게 아니야.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아. 우리에게 영원은 환상일 뿐이지. 그것은 동화에나 있는 일이야. 시계가 12시를 치면 모든 것은 산산히 부서져 사라져 버리는 거야. 그러고 나면 그녀로부터 자유로워진 형을 보게 될 거야. 그녀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지고, 그때가 되면 가엾은 유령을 놓아줄 수 있어. 남는 것은 일상의 의무와 일상의 관심거리지.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를 느낄 거야. 현재 형은 망상에 사로잡혀 있고, 최면에 걸려 있는 거야." -190p 어릴때 한번쯤은 이런 생각에 반발을 가지지..그리고 그렇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고 느끼게 되는거야. 빠를 수록 좋지. 인간은 자유롭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속박되기를 원해서 오히려 스스로 더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건 영원하지 않으니까-제임스가 말하듯이, 그러니까 한마디로 덧 없는 거야. 이루어지지 않은 걸 바란다고 그것이 구원을 해주지는 않는다.

"네 이론은 매우 현명하지만 공허해. 사랑은 그런 시시한 심리학을 어리석게 만들어 버리지. 넌 사랑이 참고 인내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 인내가 사랑의 기적과 같은 본질에 속하는 거야. 아마 넌 아무도 그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는 모양이지." ...나는 내 어색한 말을 무마하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넌 과거는 비현실적이고 유령으로 가득 찼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게는 과거가 무엇보다도 가장 현실적이며, 과거에 대한 충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야. 이것은 옛날 애인에 대한 감상이 아니야. 이것은 삶의 원리이며, 계획이야."
"시도해 봤으면서도 아직까지 그 신념을 믿어? 그녀가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고 집에 가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고서도?" -190p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강박관념의 한 종류이다. 강박관념은 마음이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굴러가지 못하게 마비시킨다. 자연스럽고 열려 있고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 넘치는, 존재의 어떤 상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의가 바로 합리성이다. 나는 내가 전적으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고민스러운 생각들을 계속할 수밖에 없으며, 환상과 의지라는 동일한 쳇바퀴 안에서 계속해서 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정신이 말짱했다. 그러나 나는 이 기계적인 동작을 멈출 만큼 제정신인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벤을 죽이고 싶었다. -249p

...벤은 천성이 난폭한 사람이고, 파괴자이고, 살인자였다. 바꿔치기된 내 아이와 나를 얼마나 미워했을까? 주범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웃고 있는 한, 아내와 그 소년을 벌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순수한 증오는 광기의 당당한 형태다. 여러 해 동안 벤은 수없이 자기의 상상 속에서 나를 죽였을 것이다. -251p

책 전반에 펼쳐지는 이 화자의 비판적인, 아니꼬운 세상에 대한 시각이라니. 거기에 제임스의 부질없는 것을 통달한 통찰력이 더해져, 어쩌면 스토리 자체는 시시한 옛 사랑을 찾는 것일지 모르나 거기에 붙어진 살, 작은 사건 하나하나를 보는 시각, 의견, 코멘트같은 것들이 책에 성격을 부여한다.

가시금작화, 히스, 분홍바늘꽃, 야생 취어초...
야생 취어초, 수령초, 분홍바늘꽃, 연자주색 당아욱...

...리지는 나와 걸으면서 타이터스 때문에 실컷 울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가끔 울지만 이제는 더 자제하여 남몰래 속으로 운다. 슬픔 속에서도 어떤 속셈을 가지고 나를 꽉 잡는 그녀의 손가락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리지는 마지막까지 그녀가 할 수 있다면 누구를 위해서도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죽어 넘어졌다 해도 그녀는 곧 다른 사람의 팔에 안겨 울 것이다. 이런 말은 무정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리지에게만 국한된 그런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266p

타이터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너무나 크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왜 한 번도 바다에 대한 위험을 경고해 주지 않았다. 왜 그러지 않았을까? 허세 때문이었다. -267p

"우리는 사귀지 않았어. La jalousie nait avec l'amour......."
"그건 사실이야."
"질투는 사랑과 함께 생기지만 사랑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275p

"너에게 실망했다." 내가 제임스에게 말했다. "난 네가 비겁하거나 불충실한 짓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 네 스스로 이렇게 지저분한 문제에 얽히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어. 이것은 일종의 평범한, 교활한 인간의 어리석음이야. 나는 네가 그런 어리석음에 빠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넌 그 결과의 중대함을 상상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했어. 그리고 그 결과의 한 가지는 내가 너를 믿지 않는다는 것, 아니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야." -280p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어리석게 굴지 말라고. 일이 그렇게 된 것은 우연이었고, 용서할 수 있는 거야. 질투 때문에 미치지 마." -283p

아 그는 허물없었지. 체구도 작았고, 나약했고, 비열했고, 착각을 해댔어. 겁을 먹었고..

...그러나 나는 그 지긋지긋한 일을 더욱더 나쁘게 만들어 그것이 치명적이 되기를 원했다. 마치 하틀리가 내가 그녀를 미워할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던 것처럼. 나는 결코 내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기 위해 그들을 함께 보냈다. -285p

물론 술에 취해 종잡을 수 없이 생각한 것이긴 했다. 그러나 그들이 타이터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냉정한 안도감과 체념이 있었을 것이라는 판다는 옳았다. 그렇게 타이터스의 죽음이 기묘하게 그들의 생활에 스며드는 것을 보면서 나 자신도 몰래 후회와 죄의식을 이우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우리를 불구로 만든 그 운명을 정당화해야면 하는 것처럼 어떤 설명을 붙여서라도 할 수만 있따면 죽음과 상실의 공포를 가능한 빨리 덮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312p

"페러그린이 당신을 살해하려고 한 거야." ......"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은 너무나 멋졌어. 어쨋든 당신은 죽어 마땅했어. 다른 일은 몰라도 우리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 "아, 걱정 마, 우리는 너무 즐거워서 당신 죄목 같은 건 만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페러그린이 당신을 그 구덩이에 밀어 넣은 것은 너무나 정정당당하고 멋진 일이야. 난 항상 그가 당신을 용서한 것이 싫었거든. 당신이 익사했다면 더욱 심미적이었을 텐데." -319p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에는 매우 피곤하고 몸이 무거웠다. 병을 앓고 난 뒤에 하루 더 쉬었어야 했다. 그 많은 사과주를 다 마시지 말아야 했다. 아니면 리지와 길버트가 내 기운을 빼앗아 그들의 생명력에, 즉 세상을 바꾸고 살아남을 수 있는 그들의 능력에다 모두  집어넣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의 일부를 가져다가 그들의 목적에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내 본체를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p350p

질투의 고통보다 더 심하고 무익한 정신적 고통이 있다면 그것은 후회일 것이다. 상실의 고통도 그보다는 덜 아플 것이다. 그리고 흔히 이런 고통들은 지금 내가 그러듯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내가 말한 후회는 회개가 아니다. 내가 순수한 형태의 회개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마 회개는 순수한 형태가 없는지도 모른다. 후회에는 죄의식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절망적인 죄의식이며, 고통을 낫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357p

역사, 그 후의 이야기 ㅡ 인생은 계속된다.
제임스가 항상 인용하던 시는 한 구절뿐이다. 그는 이 구절을 자주 인용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맥심 총을 가지고 있고, 그들은 갖고 있지 않다! -399p

아무리 따져 봐도 잘못은 나한테 있다. 내가 내 악마들을, 질투의 바다 뱀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가 어떻든지 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다.'라고 말할 수 있덨던 나의 용감한 믿음은 힘을 잃고 사라졌다. 모든 것은 하찮은 것으로, 이기적인 무관심으로 퇴색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멸시하듯이 나도 그녀를 조용히 멸시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진심으로 숭배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도 가끔 우리는 남몰래 멸시한다. 토비와 내가 제임스를 멸시하듯이 놀랄 만큼 꼭 필요한, 우리 자아의 건강한 식욕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남을 멸시한다. 그러나 물론 고통은 남는다. 그리고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이 울릴 때 침을 흘리도록 되어 있는 인간들이다. 이 순순한 조건 반사는 우리의 가장 특징적인 숙명이다. 무엇이든지 연상으로 변색시킬 수 있고, 연상이 충분하다면 온 세상을 까맣게 할 수도 있다. 나는 개가 짖는 것을 들을 때마다 마지막에 보았던 하틀리의 얼굴을 다시 떠올린다. 괴로워서 주름을 잔뜩 지었다가 다시 이상할 정도로 변하던 생기 없는 얼굴이다. 마치 바그너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죽어 가던 클레멘트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던 모습이 떠오르듯이. 지옥이나 연옥에서는 다른 고통을 더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다. -415p

...나와 페러그린의 경우에서 배웠듯이 사람은 흔히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비난을 받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낀다! 상상했던 비난을 철회하자 하틀리는 처음에 감사와 애정을 느꼈다. 그러나 죄의식과 그것이 우리 관계에 불어넣은 폭발적인 격렬함이 약해지자, 더 깊이 묻어 두었던, 나를 향한 감정의 실체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423p 꼭  그럴까? 죄의식은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또한 비난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나는 하틀리에 대하여 리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중요한 말은 하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은 마치 비집어 열어 놓은 것처럼 편안했다. 나는 하틀리를 '몽상가'라고 비난했다. 몽상가라는 단어는 타이터스가 썼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인이 얼마나 엄청난 몽상가였던가! 나는 꿈꾸는 사람이었으며, 마술사였다. 돌이켜 보면 나는 현실의 모든 것을 꿈으로 해석했고, 자신의 꿈이라는 책을 읽으며 얼마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사랑은 현실 세계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던 하틀리가 옳았다. 이것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놀라운 것은 어떤 지점에서부터 나는 자신을 보호하고 사실을 무마하기 위하여 교묘하게 그녀를 거짓말쟁이로 여겼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애착의 짐으로부터 나 자신을 풀어 주기 위하여 나는 자기 보호적인 인간의 자아가 지닌 특징인, 반쯤 의식적인 교활함으로 그녀를 가련하고 신경질적인 사나운 여자로 보았다. 그리고 일종의 정신적 동정이라고 상상하려고 애쓰던 이 타락한 동정은 나의 도피의 중간 간이역이었다. 나는 어둡고 유리창 없는 방에 갇힌 희생가자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아직도 악몽에서 그 모습을 보곤 한다. 내 사랑의 상상력은 진짜 하틀리를 포기하고, 무조건 '모든 것을 수용하는' 높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것이 탈출구였다.
대화 중에 리지가 말했다. "물론 결혼 생활은 겉에서 보기에는 형편없다고 해도 실제로는 완전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 정말 그렇다. 그러나 나에게는 증가가 있지 않았나? -426p

작품 해설
순수한 영적인 힘도 인간의 허영 앞에서는 연극의 마술적 힘이나 환상과 같은 일종의 속임수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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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a, The Sea 1

me/literature 2011.09.19 21:40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5
The Sea, The Sea 1 by Iris Murdoch



제목만으로 나를 사로잡고, 책을 내손에 잡은 순간에는 그림으로 나를 사로잡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거부할수 없는 호기심과 아름다운 묘사로 나를 사로잡은 이책.
그가 발딛고 있는 아름다운 땅, 그 바다, 그 풀들, 그 꽃들, 아 그이고 싶다. 갑자기 60이 되더라도 그가 되고싶다.
이제 슬슬 시작되는 그의 인생 속 사람들 이야기는, 또다시, 나에게 다른 시점으로 나의 이야기를 보게하고,
생각하고 되새기게 한다. 이제 나의 '그것'을 극복하는 단계가 새로운 시점을 맞은걸까?

****************************************

...어머니는 강한 사람이었고, 아버지와 나는 남몰래 서로 사랑하고 복종하고 위로했다. 아니, 우리 셋은 서로를 사랑하고 위로했다. 우리는 다 같이 가난한 편이었고, 외롭고, 입장이 난처했다. -46p

붉은 이끼, 꽃, 어린 시절에 본 듯한 쇠뜨기말, 파리를 잡아먹는 괴상한 노란 꽃, 히스...

...우리는 함께 있기를 서로 즐기고 원했다. 얼마나 좋은 시금석인가! 이것은 깊은 헌신이나 존경이나 정열보다 더 훌륭하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기를 갈망한다면 그는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먼 훗날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 -53p

...사람은 악역을 하려면 자신이 어느 정도 악한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악한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악은 매우 전문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고, 이상적으로는 그 가면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어떤 늙은 배우가 노인 역을 맡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한 번도 노인 역을 해 본 적이 없소!" 바로 이런 것이 전문가다운 기질이다. -68p

...여기 왔을 때 나는 사적인 대인 관계에 대하여는 더 이상 마음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걱정은 대개 허영심의 한 형태일 뿐이다. -73p

그러나 리지의 전적으로 이상적인 질문을 되풀이하자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 왜 여자들은 모든 일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부산을 떠는가! 왜 그들은 항상 정의와 해답을 요구하는가! -85p I mean, why?

...편지에서 나는 시간이나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고, 그저 그녀 생각이 나서 만나고 싶다고만 했다. 그런데 그녀는 절대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녀는 '모든 것을 원한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틀림없이 그렇다. -86p

...그러나 리지의 타고난 헌신이 그런 구속을 없애 버렸고, 그 덕분에 우리는 최상의 세계에서 살았다. 물론 그녀는 나를 책망한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녀에 대한 의무감을 갖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 같았다. 그저 내 행복을 위해서 그녀를 이용해 주기를 원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아주 잔인하게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살았고, 그것이 그녀 편에서는 가장 심오하고 겸손한 대처였으며, 내 편에서 사랑이란 부드러운 감사의 마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했다. -91p

쥐오줌풀, 아르메리아, 흰 장구채 꽃...

...방금 생각이 난 건데, 내가 회고록에 내 일생에 대하여 온갖 놀라운 헛소리를 적어도 사람들은 모두 믿을 것이다! 인간은 습성적으로 인쇄된 단어의 힘, 잘 알려진 '이름'의 힘, 혹은 '연예계의 인물'의 힘을 쉽사리 믿는다. 독자들은 '그런 이야기는 걸러서 듣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믿고 싶어 하고, 실제로 믿는다. 왜냐하면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쉽고, 또 글로 쓰인 것은 '어떤 점에서 진실'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일시적인 감상이 이 이야기의 진실이 아니라고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132p

...질투는 아마도 모든 강렬한 감정 중에서 가장 무의식적일 것이다. 질투는 의식을 훔쳐가고 사고보다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질투는 항상 거기에 존재하며 눈 안의 검은 티처럼 온 세상을 더럽힌다. -145p

흰색 클레마티스

...일생 동안 당신은 향락에 젖은 몽상가로 살아왔어. 그리고 언제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여자들을 택했기 때문에 버릇없는 악당처럼 행동하면서도 무사했지. 그리고 괘씸하게도 당신이 먼저 선수를 치고는 절대 속박당하지 않았지. 결백하고 냉담한 인간! 여자들이 견뎌 준 것은 그냥 운이 좋아서였어. -307p

무릎 하나를 세우고 의자에 앉은 로시나는 폭 넓은 푸른색 면바지를 푸른색 캔버스 장화 위로 말아 올려 놓았다. 푸른색과 자주색의 줄무늬 셔츠는 허리에서 좁은 가죽 벨트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한가해 보였고, 현실적이고도 해적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3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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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
Klingsors Letzter Sommer by Hermann Hesse



오랜만에 읽는 헤세의 소설인데 초반은 좀 집중하기 힘들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그러나..?
다른 책과는 다른건지, 다른책은 뭔가 자아가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고된 고행의 길같은 느낌이었는데
초반부에서는 클링조어가 자신의 충만한 삶을 즐기는 이야기라 그런지
지금 나의 정신상태에서는 너무나 풍족하게 즐기는 삶이 삐딱하게 보일 뿐이다.
책은 얇지만.. 즐길 수 있는 책이길 바라며...쩜쩜쩜...


... 읽을 수 없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이어 두번째.
아쉽다. 내가 너무 많은 다른 작가들을 맛본 건가, 아니면 나의 심적상태 때문일까, 아니면 헤르만의 책중 나와 맞지 않는 불행한 경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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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te Des Lebens

me/literature 2011.09.02 00:27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028
Mitte Des Lebens by Ruise Rinser



읽기시작.
4일내내 미친 업무와 또한 미친 야근으로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있어서
니나의 소포를 읽고있는 지금 현재부분 좀 짜증난다.
I don't care about all those letters, just freaking tell the story!!!!
...
이 책은 지금 내가 직면한 문제에 있어 몇가지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사사건건 나는 니나와 그의 이야기를 보며 대입해보고, 생각에 잠기고, 때로는 감정이 고양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것들을 조금이나마 더 선명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니나를 너무도 부러워하고, 너무도 혐오한다. 그녀에게 투영되어지는 그 존재들을.. 니나는 내가 혐오하는 것들의 결정체이다. 다른말로, 그녀는 내가 동경하는 것들-그러나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들의 결정체이다.

****************************************

제1장
지하실에 그냥 있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나를 엄습했다. 나는 불을 끄고 궤짝 위에 앉았다. 어둠이 기분 좋게 나를 에워 쌌고 내부에서는 완전하고 궁극적인 종말에 대한 절실한 소망이 나를 일깨웠다. 지난 얼마 동안 나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더 살아야 하는가, 라고. 나는 인생을 즐기지 못한다. 또,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기쁨도 주지 못하는 이런 인생을 계속 영위해야 할 의무도 알지 알지 못한다. 이전에는 공포를 느꼈으나, 이제는 나와 삶을 연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평안함을 느낀다. 무한한 적막감이 나에게 입을 벌리고 있다. 엄청난 무기력이, 어떤 환멸이나 권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 무관심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p27

  니나, 나는 말했다. 알다시피 나는 이제 마흔아홉 살이야. 오십이 다 된 여자는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생각해야 해. 그러나 다 지나간 일이야. 대개 적어도 이 나이면 지나갔다는 것이 기쁠 뿐이야. 나 같은 사람들은 지나간 것들의 눈물, 히스테리, 갈등, 화해. 끝없는 오해, 몇 번의 아름다운 밤, 오랜 기다림 등이 서로 막 뒤섞여 있는 것으로 추억하지. 어쨋거나 나에게 사랑이란 항상 기다림과 맞물려 생각이 돼. 편지를 기다리고, 기차를 기다리고, 그의 이혼을 기다리고, 그의 최종적인 결심을 기다리고, 그가 일자리를 얻게 되길 기다리고, 처음에는 독일에서, 다음에는 스웨덴에서, 맞아, 기다림뿐이었어.
  그러고 나서는?
  그러고는? 우리가 결혼하고 나서는? 그때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지.
  언니는 정말 행복했어? 기다리기만 했을 때보다 더 행복했어?
  그래, 그때가 정말 더 행복했어.
  정말?
  니나의 계속되는 질문들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내가 적합한 대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동안 나는 결혼하고 나서 최초의 몇 년을 빼고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물론 나는 이것이 행복일까, 하고 자문했다. 그러나 나는 불행하지 않았고, 삶에 대해 지나친 요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고 나 자신과 타협할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해서 언니는 알고 있어? 니나는 질문했다. 요는 사랑이 무언지 알고 있느냐는 거야.
  그래, 하고 나는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약간 불쾌해졌다. 사랑이란 누군가에게 속해 있다는 감정이야. 오로지, 그리고 철저하게 말야.
  그러면 사랑과 정열의 차이는 뭐지? 니난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37p (나는 니나의 이러한 오만함이 끔찍히 싫다, 정말이지)

지금은 더 이상 그런 건 문제가 안 돼요. 니나는 비웃듯이 말했다. 나는 죽고 싶은 거예요. 이해  못하시겠어요? 사는 것보다, 여기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겠다느 걸 앍고 있어. 공부하고, 먹고, 자고, 직업을 갖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런 게 다 뭐죠? 이것만으로는 모자라요. 사람들은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마치 거기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타이르죠. 그래요, 다른 어떤 것은 필요로 하지 않고, 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어요? 멋진 순간이 우리의 삶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책에서 읽었어요. 사랑을 하거나 혹은 아이를 낳거나 혹은 어떤 진리를 발견한 순간이 그렇다는군요. 그러나 그런 건 영원히 계속되지 않아요. 우리는 그저 맛만 보고 조금 구경하고 그리고 다시 빼앗기고 말아요. 이건 절대로 나에겐 충분치 못해요. 그래서 나는 죽고 싶어요. 이해하시겠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나에게 말씀해 주셔야 해요. -46p

...이번에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아주 태연했고 차가웠다. (냉정함은 아니다. 냉정이란 결함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그녀의 차가움은 젊음의 표지이며 순수함의 표지인 것이다.) 그녀의 눈길은 수줍었으나 매우 맑았기 떄문에 나는 내가 밤마다 겪는 욕망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이 눈길도 언젠가는 흐려질 것이다. 이 여자의 전부가 단 하나의 약속이다. -57p

  우울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 니나는 천천히 말했다. 혼갖 아름다움이란 것이 일시적이고 다만 어람 동안 빌려온 것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 그리고 우리가 인간들 틈이나 나무와 극장과 신문 사이에 있으면서도 마치 차가운 달 표면에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독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사람은 누구나 다 우울하지.
  니나!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네가 삶을 기쁘게 사는 줄 알았는데. 왜 삶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야? 너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그랬지. 니나는 대답했다. 우울은 인식의 시초일 뿐이야.
  갑자기 니나는 웃었다. 무슨 현명한 말이라도 하는 것 같군. 물론 나는 기쁘게 살아.
  그런데 이 세상에는 거짓 우울도 있는 법이야. 니나는 계속했다. 어닌는 사람들의 눈을 보아야만 해. 많은 사람들에게 우울은 겉으로만 그럴 뿐이고 어떤 의도 내지 센티멘털리즘의 표시일 뿐이야. 정말로 우울이 깃들인 눈에는 활기, 집중, 분주함 같은 것들이 있지.그러나 이것은 무대의 막일 뿐이야. 그 뒤에 무대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보지 못해. 그런데 간혹 가다 막이 올렺지면 사람들은 뒤가 어둡다는 것과, 거기에 한 사람이 아무 희망도 아무 분노도 없이 앉아 있고,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좀더 좋은 세계로 데려가려 하면 그가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좀더 좋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거야. 그는 이미 우울에 중독된 거야. 그가 언니에게 웃고, 마치 언니를 믿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언니와 같이 가기위해 일어서지는 않아. -66p

...모든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그것을 필요로 했던 거야. 그는 점점 더 굳건하게 그것을 믿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았어.이것은 그가 세운 삶의 토대였어. 그러나 이런 해석이 맞는지는 몰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뿐이야. 전혀 아닐 수도 있어.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조차 아무것도 모르잖아?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고양이 발걸음처럼 사는 법을 배우게 되지. 점점 조용하게, 점점 더 절대성은 없어지지. 이것은 또 늙어가기 시작한다는 징조야. 나는 얼른 늙었으면 좋겠어. -69p

나는 10월 말까지 기다렸다. 나는 기다렸다. 이제서야 나는 기다림에 얼마나 많은 뉘앙스가 담겨 있는지를 안다. 그전까지는 몰랐다. 처음 몇 주 동안은 흥분이었다. 행복한 초조감과 깊고, 그러나 달콤하기도 한 낭패감 사이에서 들락날락했다. 이런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그리움은 일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시때때로 끼여들어 와서는 아주 기묘하고 괴기한 상념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어떤 사물을 보아도 저절로 니나에 대한 생각이 났다. 모든 사물이 마치 마술에 걸린 듯했다. 일종의 도취였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부끄러울 때도 많았으나 오히려 더 강한 도취감을 갈망하기도 했다. ...... 아니면 내가 그녀를 가지려는 용기가 없다고 경멸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들로 나는 여러 날을 보냈다. 처음에는 참을 만했다. 마치 둔중하게 쑤시기는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 치통과 같았다. 그러나 이 고통은 그후 점점 강렬해져서 나를 마비시키고 탈진시켰다. 나는 마침내 병이 났고 일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니나의 집 앞에 잠복해 있다가 만나볼까도 생각했으나 그만두기로 했다. 이 생각을 억제하기 위해 말할 수 없이 많은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ㅡ 이것이 기다림의 세번째 단계였다. ㅡ 깊은 권태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는 모든 일에 무관심해졌다. 나에게 있어 니나의 의미를 과대평가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관계의 전부가 끝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추측이 나라는 늙은 남자에게 나른한 만족감을 주었으나 곧 경종으로 다가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에게 감정의 종말은 다름아닌 내 인생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물론 여기서 종말이 죽음을 강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죽음은 내가 허락할 수 없는 너무나 안이한 해결책이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무관심이라는 화산재에 서서히 질식해 죽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나를 깨웠다. 그러나 이것은 치료인 동시에 고통을 의미했다. 왜냐하면 그러는 가운데 기다림의 마지막 단계인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미칠 듯한 당혹감, 출구 없는 무자비한 압박감, 그리고 고열로 시달렸다. -87p

제2장
니나는 약속도 없이 찾아왔다. 헬레네는 우연히 외출중이었따. 저녁때였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엔 환자가 올 리가 없었으므로, 누군가 왔을 때 나는 약간 짜증이 났다. 나는 고독에 익숙해 있었다. 내 인생에 곁길은 없었따. 하루하루가 규칙적으로 지나갈 뿐이었다. 나 자신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의무들은 무미건조한 습관이 되었다. 최근 몇 달 간은 약효가 강한 수면제에서도 면제되었다. 이러한 아픔 없는 마음의 평정에 도달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야 하리라. -110p

...부담 없는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었으나 말이 자꾸 막히고 종국에는 대화가 끊기게 되었다. 시시한 얘기들에 마음 내키지 않아하던 니나가 마침내 침묵을 깨뜨렸다.
물어볼 일이 있어서 왔어요. 다른 누구에게도 먼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라고 니나는 말했다.
이 짧은 두 문장이 내게 잃어버린 인생의 의미를 다시 찾아 주었다는 것을 그녀는 분명 몰랐을 것이다. 그녀를 위해 못할 일이 내게는 없었다. 무제한으로 도와주고 싶은 황홀한 감정이 나를 엄습했다. 마치 젊고 정열적인 애인이 그의 연인에게 당신을 위해 죽고 싶다고 말할 때처럼 미친 듯한 상태, 자기 자신을 버리고 싶은 상태와 같았다. -112p

네, 아직은 일러요, 라고 니나는 대답했다. 또다시 불안한 침묵이 흐르면서, 추억과 유혹 그리고 경고의 연기가 마취제처럼 피어올랐다. 우리는 팽팽한 긴장감을 애써 감추면서 미동도 않고 마주 보고 있었다. 니나도 마친가지! 그렇다. 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 역할이 더 쉬운 것이었다. 더 격한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이 항상 불리한 법. 감정이 어디서나 그를 방해하고, 자신의 정열에 걸려 넘어지고, 패배할 때마다 더 우스꽝스런 짓을 한다. 찬스는 매번 줄어들지만 감정은 더욱 격렬해진다.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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